1년만 일한 계약직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는 최대 11일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년 계약직 노동자에게도 연차휴가를 최대 26일 부여해야 한다고 근로기준법을 해석해왔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노인요양복지시설을 운영하는 ㄱ씨가 요양시설에서 일했던 요양보호사 ㄴ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ㄴ씨는 ㄱ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2017년 8월1일부터 이듬해 7월31일까지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 1년 기간제 노동자 계약 기간이 끝나면 최대 26일치의 미사용 휴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1년 미만 노동자 등에 대한 연차휴가 보장 확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최초 1년간 근로에 대해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엔 1개월 개근 시 발생하는 유급휴가를 포함해 15일로 한다’는 근로기준법 60조3항 삭제에 따른 것이다.
ㄴ씨는 계약이 끝난 뒤 2018년 8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26일 가운데 15일의 연차휴가 사용분을 뺀 11일분의 연차유급휴가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인정했고 ㄱ씨는 ㄴ씨에게 연차휴가수당으로 71만7150원을 지급했지만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난해 10월 “근로계약기간이 1년인 기간제 노동자에게 최대 26일의 유급휴가 또는 그 미사용에 대한 수당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노동부 해석은 타당하다”며 ㄱ씨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지난 4월 1심 판결을 취소하며 “근로기간이 1년인 ㄴ씨는 근로기준법 60조1항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60조2항만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60조1항은 적용되지 않고,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노동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60조2항만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어 “(고용노동부가) 최대 26일 연차유급휴가 또는 그 미사용에 대한 수당을 부여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고의나 과실은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에게는 최대 11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된다고 봐야 한다. 1년 동안만 일한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60조1항과 2항이 중첩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만 1년을 일하고 퇴직한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연차가 26일이라고 주장해왔던 고용노동부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노동부는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의 해당 조항이 개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26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직후인 지난 4월에도 이례적으로 ‘만 1년 노동자의 연차휴가에 대한 검토’라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11일이 아니라 26일이 맞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이 “11일이 맞다”고 최종 판결하면서, 노동부는 기존 해석을 바꿔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거 판결과의 정합성, 지난해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정해석을 바꿀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노동자가 퇴직하면서 받은 2년차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할 ‘부당이득금’으로 본 만큼, 앞으로 기업들이 이 판결을 근거로 이미 퇴직한 노동자에게 받아간 수당을 반환하라고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상진 변호사는 “원래 사업주에게 15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는데 수당을 지급했다면 원칙적으로 반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며 “‘채무(15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사람(사업주)이 착오로 인해 채무를 변제(지급)한 경우,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때에는 반환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민법의 조항이 있지만, 이러한 사업주의 착오지급이 ‘도의관념’에 적합하다고 (법원에서) 인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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