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에서 회원들끼리만 부동산 매물을 공유하고 높은 수수료를 유지해온 공인중개사들의 담합행위가 발각돼 재판에 넘겨졌다. 부동산 중개 담합 처벌조항이 신설된 뒤 첫 기소다. 당시 경찰 수사 상황을 공인중개사들에게 유출한 경찰관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덜미가 잡혀 함께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부(부장 민경호)는 21일 부동산 중개사들이 단체를 조직해 담합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으로 단체 회장 등을 포함해 모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수사를 받고 있는 중개사의 청탁을 받아 관련 수사 상황 일부를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는 경찰관 1명도 기소됐다. 지난해 2월 공인중개사의 부동산중개 담합 처벌조항이 신설된 뒤 공인중개사들의 조직적인 담합행위를 적발해 기소까지 이어진 것은 처음이다. 새롭게 시행된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사들은 단체를 구성해 특정 매물에 대한 중개를 제한하거나, 단체 구성원 이외의 중개사와 공동중개를 제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 뒤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가 이뤄졌다. 검찰 수사 결과 ㄱ 아파트 단지 내 중개사들은 7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회칙에 따라 비회원의 공동중개 요청을 거절하고, 회칙을 위반한 회원에게는 벌금을 부과한 행위 등이 드러났다. 이들은 2018∼2019년에는 ㄱ아파트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 7천여개가 기재된 파일을 받아 영업에 활용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받는다. ㄴ아파트 단지 부근 중개사들은 10명으로 된 단체를 만들어 지난해 9∼10월 회원들에게 “비회원과의 공동중개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공동중개망에 비회원이 접근하는 것을 막은 혐의도 받는다.
또 ㄴ아파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지난 4∼6월 수사를 받던 공인중개사의 청탁을 받아 수사 상황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찰관은 해당 사건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서 소속으로, 담당 수사팀 소속은 아니었다.
검찰 관계자는 “시장에 신규 진입하거나 고액의 단체 가입비를 납입하지 못하는 비회원 중개사들을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했다”며 “소비자에게 고가의 중개수수료를 부담시켜 부동산 거래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조직적 범죄로서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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