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앨릭 볼드윈(63)이 발사한 소품용 총에 촬영감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3년 전 개봉한 국내 영화 <인랑> 촬영현장에서도 총기사고로 제작진이 부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내 액션 영화·드라마에서 총기사용 장면이 늘면서, 현장 스태프들은 영화제작사 등의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개봉한 영화 <인랑> 촬영현장에서 총기발사 장면을 찍던 중 공포탄 조각이 현장 제작진 2명의 몸에 박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2029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시기가 배경으로, 영화 내내 경찰조직과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한 여러 총격전과 액션 장면이 나온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당시 공포탄 조각이 현장 스태프 2명의 몸에 박혔다. 병원으로 옮겨져 조각을 빼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포탄이라고 하더라도 총기마다 화약의 양을 다르게 한다. 화약이 센 경우에는 공포탄 조각이 강하게 튀어나오며 다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영화·드라마 등 촬영에 쓰이는 ‘예술소품용총’은 민간 총포임대업소가 필요한 총을 외국에서 수입한 뒤, 이를 총포화약기술안전협회 점검을 거쳐 들여오게 된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총포화약법)에선 영화 등에 쓸 목적으로 빌린 총기를 관리책임자 및 소지기간을 정해 시·도경찰청장으로부터 소지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촬영현장에는 일반적으로 총포임대업소 직원 1~2명이 관리책임자를 맡고, 영화제작사 쪽 관계자 2명이 추가로 사용 허가를 받는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미비해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쓰는 촬영현장조차 안전관리는 총포임대업소 및 제작진에게 맡겨두는 게 현실이다. 또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보통 촬영에 실탄이 사용되면 임대업소가 제작사로부터 총기 발사 권한을 전부 받아 관리하지만, 발사 장면이 없으면 (임대업소 직원 없이) 제작진만 총을 사용하고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촬영할 때를 제외하면 총기와 실탄 등을 관할 지구대·파출소에 보관해야 하지만, 정작 경찰조차 규정을 제대로 몰라 겪는 혼란도 있다. 지구대 등에 총을 보관해달라고 요청하면 ‘촬영용 총기를 왜 이곳에 맡기느냐’는 항의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촬영현장에서 수백㎞ 떨어진 총기임대업소 사무실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경찰들이 예술소품용총을 흔하게 접하기 어렵다 보니 발생하는 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는 관할 지방경찰청 총포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