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한 사회적 기업의 청각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 사건 진정 기자회견에서 한 활동가가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청각장애인이 사회적기업에서 장애인 차별 발언을 듣는 등 괴롭힘을 당하다 퇴사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6일 서울시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회적기업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시한 채 일상적으로 차별행위를 계속해왔다”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진정인 김아무개씨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전문가로 양성하는 사회적기업에 재직하는 동안 회사 대표로부터 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해당 회사는 전체 구성원의 30%가량이 장애인이라고 전했다. 장추련은 “회사 대표가 직원 전체 회의에서 김씨에게 ‘속기를 해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말고 감사하게 생각해라’, ‘속기를 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발언이라고 말하자 회사 대표는 ‘장애인 구성원이 비장애인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소통하기 위해 구화(청각장애인이 입술 모양 등으로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음성으로 말하는 의사소통 방식)나 기타 작업을 노력하지 않고 왜 비장애인 구성원들만 희생하라고 하나’,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은 권유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회사 대표가 ‘만약 이 부분을 문제 제기한다면 소통하는 업무에 청각장애 구성원을 넣지 않고, 혼자 일할 수 있는 업무로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장추련은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정인은 발언문을 통해 “고용주가 장애인을 고용한 이상 적절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속기를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진정 어린 사과를 기대했지만 대표는 사과는커녕 질타했다. 차별적인 발언이 이어졌고,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고용에서 장애인 노동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비장애인과 차별받지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사업주의 의무”라며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사회적기업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각장애인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비장애인들이 돌아가면서 속기 등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고맙다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발언의 의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화를 노력해볼 수 있다는 말도 일반적으로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장애인도 함께 노력해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윤주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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