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으로 전입신고를 한 주민에게 지방자치단체가 ‘보상 목적의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전입신고를 거절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ㄱ씨가 강남구 개포1동장을 상대로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8월 개포1동 주민센터에 구룡마을 전입신고서를 냈다. 그런데 개포1동 쪽은 “구룡마을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전입신고를 제한하고 있다”며 거부했고, 이에 반발한 ㄱ씨는 이듬해 6월 소송을 냈다. ㄱ씨는 “1994년부터 구룡마을에서 살았고, 30일 이상 구룡마을에 거주할 목적이 있는데도 지자체가 전입신고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실제 30일 이상 실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판단해 개포1동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ㄱ씨의 전입 신고지에는 방과 부엌이 있고, ㄱ씨의 옷과 이불, 가전제품 등 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또 전입신고 전후로 ㄱ씨가 구룡마을 근처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와 통화 내역 등이 있었고, 구룡마을 주민들은 ㄱ씨가 수년간 이곳에 살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개포1동은 ㄱ씨가 보상 등을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했다고 단정해 그의 전입신고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나, ㄱ씨가 위장전입을 하려는 것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포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정부의 전입신고 관련 법규해석을 보면, 도시개발구역 등 거주 목적이 달성될 수 없는 경우는 전입신고가 어렵다고 나온다. 구룡마을은 도시개발사업 인가 뒤 수백가구가 이전한 곳”이라며 “항소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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