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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무부의 뒤늦은 ‘새우꺾기’ 인정…“보여주기식 개선책 그만”

등록 2021-11-01 19:23수정 2021-11-02 02:37

난민 신청자 ㄱ씨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인권위, 인권단체 수차례 지적해도 비슷한 일 발생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는 ㄱ씨가 지난 6월10일 보호소 공무원들에 의해 뒷수갑을 찬 채 포승줄로 두 발이 묶인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독방으로 된 특별계호실에 격리됐다. 특별계호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ㄱ씨 대리인단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는 ㄱ씨가 지난 6월10일 보호소 공무원들에 의해 뒷수갑을 찬 채 포승줄로 두 발이 묶인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독방으로 된 특별계호실에 격리됐다. 특별계호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ㄱ씨 대리인단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보호 외국인에 대한 ‘새우꺾기’ 가혹행위에 대해 법무부가 보호소의 인권침해 행위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발표했다. 수년째 똑같이 지적됐던 문제에 매번 시정을 약속하고도 인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아, ‘보여주기식’ 대책 발표보다 보호소 구금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실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1일 지난 9월부터 인권국이 진행했던 화성외국인보호소의 모로코 출신 난민신청자 ㄱ씨에 대한 가혹행위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 3월23일부터 9월1일까지 (ㄱ씨에 대해) 법령에 근거 없는 방식(‘새우꺾기’)의 보호장비 사용행위, 법령에 근거 없는 종류의 장비 사용 행위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ㄱ씨가 당한 ‘새우꺾기’의 구체적 횟수나 시간, 독방 형태로 된 특별계호실 수감 경위, 가해행위를 한 보호소 직원 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인권침해 발생의 원인을 “담당자의 보호장비 사용방법 등에 대한 인식 및 교육 부족과 보호외국인 자해나 소란행위 등 대응에 필요한 보호장비의 종류, 사용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 미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ㄱ씨가 입은 가혹행위 피해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만 밝혔다.

법무부는 보호외국인을 통제하는 데 주안점을 뒀던 ‘구금’ 중심의 시설이 아니라 보호시설 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안적 보호시설로의 전환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한 개선안의 뼈대는 △보호장비 사용 관련 규정상 미비점 보완 및 특별계호 절차와 기간 관련 규정 개선△보호명령 최소화와 보호일시해제 기준 완화를 통한 보호외국인 수 줄이기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보호 연장 심사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대안적 보호시설 마련 등이다.

그러나 과거 외국인보호소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권단체들이 장기적 구금의 문제를 지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매해 방문조사를 실시해 권고안을 전해도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발생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동작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2018·2019년 인권위 방문조사 관련 권고 수용여부 검토안’을 보면 인권위는 법무부에 ‘통제’ 위주에서 ‘친인권적’인 보호소 운영시스템 변경(2018)과 특별계호방 운영 및 유지 관련 기능 개선(2019) 등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2019년에도 화성외국인보호소 특별계호실에 한 외국인을 격리하면서 새우꺾기 자세를 취하게 해 인권위로부터 ‘고문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올해 똑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이 1일 오후 서초구 법무부 의정관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유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 연합뉴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이 1일 오후 서초구 법무부 의정관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유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 연합뉴스

앞서 법무부는 ‘새우꺾기’ 사실이 알려진 9월29일, ㄱ씨가 자해하거나 알몸으로 나온 사진까지 공개하며 “(ㄱ씨의) 자해방지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날 법무부의 대책발표는 시민단체가 “법무부는 고문을 정당화하고 외국인 혐오를 부추겼다”고 비판하고, 프랑스·아랍권 언론이 ㄱ씨가 결박된 채 특별계호실에 갇힌 영상을 집중 보도한 뒤 한 달여가 지나 나온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24>는 지난달 6일(현지시각)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한국에 온 아프가니스탄인 400여명과 난민신청자 ㄱ씨를 비교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번 법무부 발표가 국내외 비판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개선이 아니라 실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소의 인권침해는 주로 난민신청 절차가 길어지고 보호외국인들의 구금이 장기화되면서 심해지므로, 장기구금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 “법무부는 2019년 이란 국적 난민신청자의 보호소 내 사망사건 이후 유사한 대책을 비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보호 기간에 대한 연장 심사도 지난 10여년 간 (연장이) 거부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장기구금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외국인을 무리하게 구금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대위는 가혹행위 피해를 입은 ㄱ씨에 대한 구제책은 법무부의 개선책에서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법무부가 앞서 ㄱ씨의 과거 영상과 행적까지 공개하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ㄱ씨가 보호소 직원을 매일 마주하는 상황을 벗어나 안정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난민신청 소송 절차를 진행하도록 보호일시해제를 지난 7월부터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일시보호 해제 부분은 출입국관리소 소관”이라며 “(ㄱ씨에게) 적절한 의료처우를 제공하는 등 대상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보호일시해제 여부는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심사해 결정하겠다”고만 밝혔다.

장예지 강재구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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