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4단지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아파트 승강기 공사 기간 장애인 입주민에게 대체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일 인권위는 “아파트 승강기 개선 공사 시 휠체어 이용 지체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에게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적절한 배상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인 진정인은 아파트 16층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ㄱ씨가 승강기 공사로 피해를 봤다며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를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아파트 쪽이 지난 1월14일부터 2월10일까지 승강기 교체 공사를 하면서 ㄱ씨에게 아무런 대체 이동수단 등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ㄱ씨가 조처를 해달라고 호소했으나 아파트 관리소장은 ‘집에 가만히 있거나 자녀들이 업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면서 무책임한 답변만 했다”며 “결국 ㄱ씨는 장애인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입주해 한 달 동안 관리비·생활비 등 40만원을 추가로 지출했고 나이 어린 자녀들과 분리돼 생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파트 쪽은 “승강기 교체로 ㄱ씨의 출퇴근 및 기타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부러 피해를 발생시킨 것은 아니다”라며 “노약자 등 모든 주민이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모두 감내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승강기 공사 시 대체 이동수단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피해자는 외부 출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에서 비장애인이 경험하는 불편에 비해 그 피해의 정도가 다르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아파트 시설관리 및 운영 책임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대체 이동수단 등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피해자에게 대체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공사 기간 다른 장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인권위 권고에 따라 피해자에게 일정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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