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초기부터 관여한 화천대유 쪽 정영학 회계사가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으로 배당받을 임대주택용지 블록까지 결정해준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별동대 역할을 한 전략사업팀의 정민용 변호사가 2015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정 회계사와 여러차례 만나 민간사업자 모집을 위한 ‘공모지침서’ 내용을 상의한 사실을 파악했다. 2015년 2월13일 대장동 개발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공모지침서가 공고됐는데, 이 지침서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특정 민간사업자와 공동으로 작성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셈이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알려진 정 회계사와 함께 2009년부터 이 사업에 관여한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이끈 전략사업팀에서 일하며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을 담당했다. 공모지침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내용과 진행 방식, 이번 사업에 참여할 사업자(컨소시엄)들이 제출할 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모두 포함돼 있다.
공모지침서 공고를 앞두고 정 변호사는 정 회계사를 만나 대장동 개발부지 15개 블록 중 A11 블록을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으로 현금 배당할 임대주택용지로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 정 회계사는 ‘이 정도 금액이면 적당하다’며 이곳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임대주택용지로 결정된 블록의 공급가액을 현금 배당 받기로 했는데, 어떤 블록을 공사 몫으로 할 것인지는 화천대유 쪽이 미리 결정해줬다는 얘기다. 2015년 3월27일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두달 전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쪽은 수익 배분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던 것이다.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담당 부서는 2015년 2월13일 공모지침서가 외부에 공고되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정 변호사가 주도한 임대주택용지 공급가액을 공사의 몫으로 해 고정이익을 우선 배당하는 계획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가 개발사업본부 쪽에 공모지침서 초안을 보낸 시점은 2015년 2월11일이다. 개발사업1팀의 주아무개 지원팀장은 공사에 사업이익을 더 많이 배분하는 컨소시엄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정량평가 항목을 공모지침서에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이런 식의 공고는 일방적으로 특정 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이를 묵살한 채 이튿날(2월12일) 황무성 당시 사장의 결재를 받았다. 그리고 하루 뒤인 2월13일 공모지침서가 외부에 공개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러한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쪽의 배임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동시에 조만간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전담수사팀의 핵심 부서인 경제범죄형사부 유경필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사 3명과 수사관 3명이 지난 5일부터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주요 피의자 조사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검찰은 확진자 동선 추적 등 방역 작업이 끝나는 대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배지현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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