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쿠팡물류센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강수 기자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사내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결과 일부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쿠팡물류센터 노조는 노동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9개월간 피해자가 느낀 고통을 강조하며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장관리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백아무개씨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뒤 9개월 만이다. 노조는 “쿠팡은 괴롭힘이 아니라며 조사를 끝냈지만 고용노동부의 결과는 달랐다.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피해자 회복방안 지원 및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처 이행 등을 쿠팡에 요구했다.
지난 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이 낸 결정문을 보면, 노동부는 백씨의 노조 활동과 관련해 현장관리자 ㄱ씨가 업무지적을 한 질책은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천4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백씨는 “노조가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고 미지급수당 글을 올린 뒤 ㄱ씨의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러한 괴롭힘 중 일부가 인정된 것이다. 백씨는 당시 현장관리자가 “네가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냐”며 조롱하고, 밴드에도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 4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노동부는 지난 7월 직접 재조사에 나섰다. 다만 노동부는 백씨가 평소 하던 일과 다른 야외 차량유도 업무로 배치되고, 업무 태도에 대해 사실관계확인서 작성을 강요 당했다는 주장은 괴롭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관계확인서 요구는 근로자들에게 과도한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해당) 제도 남용을 방지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괴롭힘 인정은 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백씨와 노조는 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해자와의 분리조처 없이 장기간 2차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던 상황을 전하며 쿠팡에 재발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백씨는 “노동부 결정이 나온 날까지도 출근해서 (괴롭힘을 한) 현장 관리자와 마주쳐야 했다”며 “5월에 노동부에 진정을 낸 뒤 6월부터는 화장실 가는 사이에도 근무지 이탈이라고 지적을 받으며 관리자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고, 7월엔 심리치료도 받았다.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도 신고조차 못 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장혜진 노무사도 “사용자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해 피해가 지속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쿠팡은)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단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괴롭힘이기 때문에 노동부도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쿠팡은 이날 “노동청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민주노총이 백씨에게 5개월간의 유급휴가 및 심리 치료비를 지원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직원들까지 중징계를 요구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사실 왜곡이 계속된다면 회사도 이를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예지 박강수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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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만든다고 업무 바꾸고 조롱”…쿠팡 직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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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용부, 쿠팡이 덮은 ‘직장 괴롭힘’ 신고 재조사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04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