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지난달 말 추가 입건한 가운데, 검찰이 한차례 무혐의 처분한 결과를 공수처가 뒤집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지난달 윤 후보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재판부가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판사 사찰 문건을 둘러싼 윤 후보의 ‘부당한 지시’를 인정한 만큼,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편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등 앞서 윤 후보를 입건한 사건이 3개나 있는 데다 이들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공수처가 입건 사건 숫자만 늘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윤 후보를 판사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 판사 사찰 의혹은 올 초 검찰에서 한차례 무혐의 결론이 난 사건이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 명점식)는 지난 2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공소 유지 목적을 위해 (해당 문건이) 작성됐다’는 점을 들어 윤 후보가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은 지난달 14일 윤 후보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때 법무부에서 받은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윤 후보는 지난해 2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주요 사건이 진행 중인 재판부의 소송지휘 방식 등 자료를 모아 작성을 지시하고,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이 판결문에는 손 검사가 당시 수사정보담당관이던 ㅅ검사에게 재판부 판사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한 내용도 담겼다.
재판부가 윤 후보에 대한 법무부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그의 지시를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윤 후보가)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이 완료된 뒤 이를 보고받았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 혹은 수정하게 조치하지 않고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게 지시했다”며 “(이런 윤 후보 행위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해 직무관련공무원인 수사정보정책관 등에게 그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런 행위는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 제2호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판사사찰 문건 의혹을 둘러싼 윤 후보 혐의 입증이 공수처에 입건된 다른 사건의 혐의 입증보다 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 외에도 윤 후보와 관련해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관련 수사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3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고발사주 의혹과 달리 비록 1심이지만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등을 지시한 윤 후보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됐다”며 “공수처 입장에서는 다른 사건에 견줘, 혐의 입증이 손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총장의 직권을 넘어 다른 이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 요건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사건이 모두 4건으로 대선을 앞둔 시기에 ‘야당 대선 후보 탄압’ 프레임에 휘둘릴 여지가 크다. 지금은 사건을 늘리는 것보다는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수사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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