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신군부에 맞서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에서 결혼식을 위장해 대통령 직선제 요구 시위를 벌인 고 홍성엽씨가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씨는 당시 위장결혼식에서 신랑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김대현·하태한)는 지난 11일 홍씨의 계엄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1979년 발령된 계엄포고가 위법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공소사실 또한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계엄 포고의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계엄포고가 위헌 무효인 이상, 계엄포고를 위반했다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와이더블유시에이 위장결혼식 사건은 1979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서울 와이더블유시에이 회관에서 결혼식을 가장해 열린 대통령 직선제 요구 시위를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이 그해 ‘10·26’ 사건으로 피살된 뒤, 신군부 세력이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뽑으려고 하자, 윤보선 전 대통령, 함석헌 선생,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민주 인사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신랑 역할을 맡았던 홍씨는 시위를 주도하는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돼 옥고를 치렀다. 당시 신부는 윤정민으로 허구의 인물이었다. 홍씨는 이후 백혈병 투병 끝에 2005년 별세했고, 지난 5월 홍씨의 형이 재심을 청구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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