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녁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수험생을 안아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빠, 이제 가도 돼” “아냐. 교문 앞까지 같이 가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아침 7시30분께 고3 딸과 함께 온 아버지는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 교문 앞까지 딸의 곁을 지켰다. 두번째 ‘코로나 수능’이 치러진 18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응원 열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수험생을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이 시험장을 따뜻하게 덥혔다.
시험장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앞서 교육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뒤 학생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수능 당일 시험장 교문 앞 응원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도 ‘수능 한파’ 없이 기온 1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 덕에 학생들의 옷차림은 가벼운 편이었다. 플리스 재킷과 후드티에 편안한 슬리퍼 차림의 학생들은 함께 온 학부모와 친구들의 손을 잡아주고는 교문에 들어섰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된 고3 학생 황서연양은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실수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돌아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만 했어요. 수업도 온라인으로만 주로 듣고 (코로나) 확진이 될까 봐 걱정도 많이 했는데 실수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시험장을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거나 자녀 앞에선 웃으며 인사한 뒤 몰래 눈물짓는 학부모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손자와 함께 온 할머니 신길순(79)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키운 손자라 (수능을 본다고 해) 기특한 마음이 크다. 어렸을 때부터 순하고 착했는데, 나쁜 일 안 하고 오늘 수능까지 보니 참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1교시 시작 시간이 지난 오전 9시까지도 교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 이근영(47)씨도 “(아들이) 학교에서도 방역지침을 잘 따랐고, 수능 직전까지 비대면 상태로 10일간은 집과 독서실만 왔다 갔다 했다”며 “학부모들도 수능 무렵부터는 모임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을 보낸 뒤 정문 앞에서 ‘3년간 준비한 것들을 잘 펼치고 오라’며 손을 모아 기도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코로나 수능을 보게 된 반수·재수생들도 긴장한 듯 시험장을 찾았다. 여의도여고에서 시험을 보는 딸을 둔 아버지 최아무개씨는 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최씨는 “딸이 지난해 코로나 수능을 치르고 올해 또 수능을 치르게 됐는데, 두 번째인데도 긴장이 많이 된다고 해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비록 전과 같은 선·후배들의 응원 문화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이른 아침 학교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재수생 친구를 위해 이화외고를 찾아온 최유진(20)씨는 초코바 2개를 건네주곤 “외국어 시간 되면 배고프니까 간식으로 먹으라”며 긴장을 풀어줬다.
2022학녁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늦은 한 수험생이 뛰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험장 입실 마감 시간인 아침 8시10분이 가까이 오자 수험생들을 태운 경찰차도 속속 도착했다. 이화외고에서 시험을 보는 두 학생은 경찰차를 타고 8시께 겨우 도착해 내리자마자 정문을 향해 뛰었고, 동성고 인근 광희지구대 경찰관도 남학생을 태우고 전력 질주해 겨우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경찰은 수험생들을 시험장에 태워준 사례는 165건이고, 그 밖에 수험생 차량을 에스코트(2건)하거나 시험장을 착각한 학생들을 다시 태워다준 사례(2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 86개 시험지구 1396개 시험장에서는 모두 50만9821명이 수능 시험에 응시했다. 이중 코로나19 확진자 68명과 자가격리자 등은 따로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장예지 고병찬 박지영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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