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총파업 집회가 진행된 10월20일 오전,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 주요도로에 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이 설치한 차벽.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경찰청 인권위원회(경찰 인권위)가 “경찰은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헌법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했다.
경찰 인권위는 지난 19일 정기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방역을 이유로 집회·시위가 제한되는 현실 속에서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와 감염병 확산 방지를 함께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경찰이 적극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인권위는 코로나19 이후 경찰이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 대응과 엄정한 사법조처라는 일관된 태도로 사실상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해왔다며 “최근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개편 방침에 따라 일정 조건을 붙여 스포츠·문화행사를 대폭 허용하고 있지만, 경찰만은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위기 상황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인 집회·시위 자유를 차단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경찰 인권위의 입장이다. 위드 코로나로 집회·시위는 100명 미만일 경우 가능하고, 백신 접종 완료자나 음성 확인자가 참여하는 집회의 경우에는 499명까지 모일 수 있다.
경찰 인권위는 “차벽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2017년 차벽을 집회·시위현장에서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고 당시 경찰청장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은 대규모 집회 시 차벽을 설치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와 지난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했다.
또 경찰 인권위는 코로나19 시대에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확보’ 등 방역지침 준수를 조건으로 집회·시위를 보장하라고 권고 했다. 경찰 인권위는 “집회 주최 측이 집회·시위 과정에서 조건을 위반하거나 감염병 확산 관련 위법한 행위를 하면 이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밝혔다.
문경란 경찰 인권위원장은 “‘코로나 시국에 무슨 집회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불평등은 심화되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마지막 통로가 집회·시위이다”며 “방역을 이유로 무조건 집회·시위를 막기보다는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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