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우리공화당 당원이라고 밝힌 이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앞에 줄지어 서있다. 장현은 기자
전두환씨 장례 둘째 날인 24일, 비교적 차분했던 첫날과 달리 빈소는 오후 내내 어수선했다. 정치권이 외면한 ‘썰렁한 빈소’라는 보도가 계속되자 극우 스피커들과 지지자, 유튜버 등이 빈소에 몰려들었다. 빈소 앞에선 전씨의 책임을 묻는 시민들과 이들 사이의 충돌도 빚어졌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전씨 빈소에는 우리공화당 당원이라고 밝힌 100여명이 줄지어 단체조문을 했다. 초기엔 우르르 몰려 입장하다가 “최대 99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나눠서 입장해야 한다”는 장례식장 쪽 설명에 20명씩 나눠 입장했다. 스스로를 ‘우파 유튜버’라고 한 청년은 “이게 썰렁하다는 거야?”라고 반복해 외치며 꽉 들어찬 조문객들 영상을 촬영하며 유튜브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극우 성향으로 불리는 인사들도 잇따라 조문하며 빈소가 한때 북적였다. ‘단체조문’ 덕분인지 이날 오후 4시 기준 조문객은 1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전날 오후 5시~밤 10시 사이까지 문을 연 빈소 조문객은 약 300여명이었다.
전씨와 인연이 두터운 5공 인사, 하나회, 군 장성 출신 등도 오전부터 발걸음을 했다. 이들은 ‘전씨의 공’을 강조했다. 5공화국의 마지막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씨는 조문한 뒤 취재진에게 “6월 항쟁 때 전 대통령에게 직선제를 받아들이자고 보고했다. 역사의 증언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말한다”며 노태우씨가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인 1987년 6.29 선언에 전씨가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법률비서관을 지낸 박철언씨도 “(전씨가) 재임 기간 물가안정과 연 10%씩 경제성장,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5·18 피해자들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전 비서관은 “전두환 대통령 내외분께서 희생과 유혈 사태에 괴로워하시고 속히 치유되기를 기도하고 비는 얘기를 듣고 또 곁에서 봤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께 박근혜 전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씨가 조문을 끝내고 나오자 “전두환은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외친 시민에게 유튜버와 전씨 지지자들이 달려들면서 빈소 앞에서 몸싸움도 발생했으나, 보안요원이 제지하면서 멈췄다.
정치권 인사들이 조문이 뜸한 가운데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윤상현 의원에 이어 빈소를 찾았다. 김 원내대표는 “군사 반란을 통한 권력 찬탈과 518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은 씻을 수 없는 책임을 져야한다”면서도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간적 차원에서 조문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해 조문왔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도 조문한 뒤 “전 전 대통령이 과가 많은 건 틀림없다. 용서를 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가짜 조화’ 소동도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근조 화환이 오전 9시께 도착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낸 화환 옆에 놓였지만, 오후 들어 뒤늦게 ‘출처 불명’으로 확인되면서 서둘러 치워졌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후 2시에 박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셔서 준비했다”며 “가짜 조화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근조 화환은 이날 오후 8시32분께 빈소에 들어섰다.
24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로 도착한 ‘가짜 조화’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전두환씨 빈소 앞에 놓여있다. 공동취재사진
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낸 근조 화환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전두환씨 빈소 앞에 놓여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수지 장현은 박강수 기자
suji@hani.co.kr
#전두환 사망, 댓글로 답해주세요. ”나에게 전두환이란?”전두환씨가 23일 사망했습니다. 전두환, 전두환 시대에 대한 당신의 기억을 남겨주세요. 한겨레가 그 기억을 기사로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