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를 주장하는 수형자를 상대로 한 방송 인터뷰 요청을 교도소가 불허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7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인권위는 ㄱ교도소장에게 진정인 ㄴ씨의 인터뷰 촬영을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살인 사건 피의자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ㄴ씨는 여러 언론사에 판결이 부당하다고 제보했다. 한 방송국이 ㄴ씨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ㄱ교도소에 촬영을 요청했는데, 교도소는 지난해 12월 교도관회의에서 촬영은 허용하지 않고 일반접견만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ㄴ씨는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교도소 쪽은 “ㄴ씨가 뚜렷한 근거 없이 자신이 아니라 유가족이 진범이라고 주장했다”며 “해당 내용이 방영되면 유족들이 2차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ㄱ교도소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부인한다면 교정시설의 질서유지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봤다. 또 다른 수용자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수용자들에게 인터뷰 촬영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관심을 끌 목적으로 교정처우에 대해 허위발언을 할 가능성 등이 있다며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ㄱ교도소가 인터뷰 촬영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먼저 “확정판결을 부인하는 수형자의 주장에 객관성 및 신빙성이 있는지, 재심을 요청하고자 하는 경우 근거가 있는지는 법원 판단의 영역”이라며 “형의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교정기관이 수형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구금된 상태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효과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여러 제약으로 어려움이 크다. 방송국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무죄 가능성을 추적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진정인에게 실낱같은 희망”이라며 “인터뷰 촬영을 금지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사법질서, 2차 가해 방지 등 공익은 그 효과나 내용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표현하는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공익 측면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다른 법률 등에 따라 사후 제재가 가해질 수 있고 인터뷰 촬영을 허용한다고 해서 방송사가 아무 여과 없이 수용자의 주장을 모두 방영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막연하게 ‘공익’을 이유로 수용자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진정인의 인터뷰를 허용한다고 다른 수용자의 인터뷰 요청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수용자들이 인터뷰에서 교정처우에 대한 허위 진술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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