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가명·7)이가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7살 예림이(가명)는 요즘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장 책상 앞에 앉는다. 마룻바닥 대신 새로 생긴 책상에서 그림 그리고 공부하는 게 좋아서다. 처음으로 혼자 쓸 수 있는 방을 갖게 된 예림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예림이는 지난 7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에 소개됐다. 예림이는 전라북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0살 증조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예림이의 친부와 친모는 사실혼 관계에서 예림이를 낳고 떠났다. 예림이의 할머니는 자궁암과 신장 질환 등으로 예림이가 태어나기 며칠 전 숨을 거뒀고, 증조할머니가 예림이를 도맡아 기르게 됐다.
예림(가명)이와 증조할머니가 사는 집은 증조할머니가 40년 넘게 살아온 낡은 집이다. 방 한군데는 천장이 내려앉아 있어 늘 조심해야 한다. 전북/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이 둘은 증조할머니가 40년 넘게 살아온 흙집에서 살고 있다. 일부는 컨테이너를 덧대 개보수했지만, 일부는 손보지 못하고 그대로 놔둔 상태였다. 방 한 군데는 8년 전 폭우에 무너진 천장을 긴 막대 하나로 간신히 받친 채 방치하고 있었다.
예림이의 사연을 담은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보도 뒤 4115만원이 모였다. 이 가운데 2000만원은 예림이네, 나머지는 예림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정에 지원됐다. 예림이네는 천장이 내려앉은 방을 수리했고, 단열 공사 등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비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엔 천장이 더 무너질까 불안해 잠을 못 이뤘다는 할머니는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예림(가명)이와 증조할머니가 사는 집의 방 한 군데 천장이 내려앉아 긴 막대로 받치고 있는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예림(가명)이와 증조할머니가 사는 집의 방 한 군데 내려앉았던 천장을 수리한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천장을 고치기 전에는 못 쓰던 방을 짐 보관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에 짐으로 꽉 차 있던 방은 예림이만의 방이 됐다. 깨끗한 책상과 침대도 새로 마련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두꺼운 이불과 전기매트, 금세 자라나는 예림이가 입을 새 패딩점퍼도 마련할 계획이다. 증조할머니는 “이제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덕분에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화가를, 아픈 할머니를 치료해주고 싶어 간호사를 꿈꾸는 예림이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저도 커서 꼭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될래요.”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