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관련 로비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윤갑근 전 고검장이 1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를 나온 뒤 취재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재판매를 은행장에게 청탁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전 고검장이 라임 쪽의 청탁을 은행에 전달한 행위는 변호사의 정당한 업무 수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결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엄상필·심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고검장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2천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과 라임 투자를 받은 김영홍 메트로폴리탄그룹 회장에게서 ‘우리은행장에게 라임펀드를 재판매해줄 것을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2억2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6700억원의 투자금 환매가 돌아온 라임 쪽이 우리은행의 펀드 재판매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했고,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과 대학 동문인 윤 전 고검장에게 돈을 주고 로비를 부탁했다고 봤다. 특경가법상 알선수재는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 직무와 관련해 알선행위를 하고 금품을 받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징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심에서는 윤 전 고검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변호사의 알선 업무가 ‘알선수재죄의 알선’에 해당하는지는 ‘변호사 직무범위와 무관하게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상대방에게 접대·향응·뇌물제공 등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방법을 내세워 청탁·알선하고 그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다면 변호사의 직무범위와 무관하기 때문에 특경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이 손 행장과 두 차례 만나 라임 쪽 의견을 전달하고 2억2천만원을 수수한 점은 사실로 인정했지만, 이런 의견 전달 행위는 변호사의 정당한 법률사무에 속하기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우리은행 실무진이 라임 쪽에 구두로 ‘재판매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라임이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양쪽 갈등이 깊어졌는데, 윤 전 고검장이 라임을 대리해 손 행장을 만난 것은 “분쟁해결을 위해 약속이행을 촉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으로 변호사의 대리·청탁·알선 등 법률사무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윤 전 고검장과 손 행장이 친분이 있는 사이긴 하나 이에 앞서 4~5년 전 동문회에서 만나 교류하게 된 사이여서, 윤 전 고검장이 손 행장의 판단을 유인할만한 지위나 관계에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금품수수는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특경가법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윤 전 고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뒤 윤 전 고검장 쪽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단순히 친분을 이용해 법률사무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변호사라고 해도 죄가 되지만, 변호사로서 당사자의 권리를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일을 했다면 그것은 알선수재 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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