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씨가 지난 4월4일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5)씨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씨는 항소심에서도 재차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다. 하루아침에 동생, 조카를 잃은 피해자 가족들은 법정에 나와 눈물을 쏟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조은래·김용하·정총령) 심리로 열린 김씨의 첫 공판에서 김씨 쪽 변호인은 “(어머니와 동생) 두 명의 피해자에 대해 계획살인이라고 한 1심은 사실오인이고, 무기징역은 형이 과해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라며 항소심에서도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다. 김씨는 ‘피고인도 무기징역이 무겁다고 생각해서 항소한 것인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다가, 같은 질문을 몇 차례 받고 나서야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라고 짧게 답했다. 검사는 이날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피해자 ㄱ씨의 집을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ㄱ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ㄱ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ㄱ씨를 스토킹했고, 흉기를 준비한 뒤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살인, 주거침입, 절도 혐의를 받았던 김씨는 스토킹 범죄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등 모두 5개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0월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우발적 살인’ 주장에 대해 “ㄱ씨 동생 살해 뒤 범행 장소를 떠나지 않았고 귀가한 어머니를 상대로 한 범행은 동생 범행에 뒤따른 것이었으므로 우발적 살인으로 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인 어머니 쪽 형제·자매 등이 나와 김씨의 엄벌을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오래 사형 집행이 안 된 건 안다. 그런데 무기징역이 나오면 김태현이 (가석방돼 사회로) 나와서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두렵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씨는 최후 변론 기회가 주어지자 적어온 종이를 꺼내 읽으며 “살아있을 자격도 죽을 자격도 없다. 벌을 달게 받고 사죄하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19일에 있을 예정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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