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이 자신의 거주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한 주민들에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차별행위를 멈추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16일 장애인거주시설의 이전을 반대한 전북 익산의 한 마을 주민들에 대해 “자신의 거주 지역으로 장애인거주시설이 이전되는 것을 반대하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한 행위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며 괴롭힘”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주민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ㅎ장애인거주시설은 마을 주민들이 시설 이전을 반대하고,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에 대해 혐오발언 등을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주민들은 시설 이전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관할 시청에 제출하고, 관련 현수막을 마을 입구 등에 걸었다. 또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시설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면서 “여대생 많은 원룸촌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웬 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발생 우려 등으로 마을 원룸 기피”, “주민들의 생존권과 거주 학생들의 안전권을 위협” 등의 내용이 담긴 펼침막도 만들어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장애인이 자신의 거주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고 함께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주민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피진정인들이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거나 모욕할 의도가 아니더라도 장애인과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주민들의 행위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근거해 장애인거주시설을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지역사회 내 장애인과 장애인시설이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장애인 시설 이전을 반대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할 시민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장애를 이유로 한 모욕적이고 위협적 발언은 장애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차별 표현으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