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으로 2천명대 중반을 유지하며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 노동자의 줄기찬 요구를 외면했던 정부는 역설적으로 위기의 상황에선 ‘공공의료’에 매달렸다. 국립중앙의료원·서울의료원·보훈병원·산재병원을 소개해 코로나19 환자만 돌보도록 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우려가 쏟아진다. 정부 정책실패의 책임이 고스란히 공공병원 의료진과 환자, 사회 취약계층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민간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용 병상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군의관, 공중보건의를 투입하고 비코로나 인력의 재배치 등을 통해 1200여명의 신규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의료진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한 상황에서 지난 2년간 지칠 대로 지쳐버린 데다 신규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 이들의 재교육도 도맡아야 해 업무가 가중될까 봐서다.
22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는 1월까지 추가 확보할 코로나19 전담 병상 6944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약 1200명으로 추산된다. 의사 약 104명, 간호사 등 약 1107명이다.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중환자 진료 병원에 배치키로 했다. 간호협회를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 중인 중증환자 전담 간호사 256명도 내년 3월까지 투입된다. 나머지 인력은 기존 의료기관에서 비코로나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을 재배치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실 업무에 투입된 의료진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중환자실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투입되면 이들의 재교육도 기존 인력이 도맡아야 한다. 현장 투입 전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현장에 적용하는 일은 별개라는 게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임기응변식 땜질 대응을 하다 보니 외부에서 파견된 간호사는 병원에서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중환자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2년간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ㄱ 간호사도 “그간 쉼 없이 코로나19 중환자 업무에 투입돼 다들 굉장히 지쳐있는 상황”이라며 “중환자실 경험이 없는 분들이 적응하는데 일반적으로 3∼4주 걸린다. 방호복을 입고 업무에 투입되는 격리 중환자실의 경우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병원 소속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을 위한 수당을 신설하는 대책도 내놨지만, 의료진 사기 진작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내년 1월부터 병원 소속 근무인력에 대해 감염관리수당도 신설될 것”이라며 “이 감염관리수당도 월 한 150만원 내외의 인센티브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중수본 파견직 간호사와의 급여 차이가 병원 소속 간호사의 사기 저하 및 현장 이탈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중환자실을 늘린다는 소식이 나오자 오늘 오전부터 사직서를 내는 인력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선별진료소나 지자체 재택치료 담당 간호사로만 가도 중환자 병상에서 일하는 정규직 간호사보다 월급이 두, 세배(약 400만원)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150만원으로 그 차이를 줄일 수 없다”며 “정부가 간호사 고용 생태계를 망가뜨린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코로나19 확진 위중증 환자가 1063명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2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456명으로, 전날(5202명)보다 2254명 증가해 7천명을 넘어섰다.
안태호 권지담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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