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에 선거운동을 못 하도록 한 옛 공직선거법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선거 당일 선거운동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첫 사건이다.
헌재는 ㄱ씨가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한 결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경남 진주시 시의원이던 ㄱ씨는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 투표일에 한 후보자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선거구민들에게 보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8년 2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확정판결을 받고 시의원직을 잃었다. 공직선거법상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에 ㄱ씨는 그해 3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ㄱ씨가 문제 삼은 옛 공직선거법 254조 1항은 “선거일에 투표마감시각 전까지 선거운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2017년 2월 개정됐다. 투표 당일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은 옛 공직선거법 254조 1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선거일 당일 선거운동을 허용하면 무분별한 선거운동으로 선거일 당일의 평온이 유지되지 않고 유권자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당일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일정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나, 이는 투표 독려 행위와 선거운동 사이 구별이 모호한 데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처벌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등 재판관 4명은 “선거일 당일 선거운동을 어떤 예외도 없이 전면 금지하는 이 사건 처벌조항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2017년 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당일에도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데, 이런 법 개정은 개선된 선거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 사건 처벌조항이 선거일 당일 일체 선거운동을 금지해 얻을 수 있는 선거 공정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선거일 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돼 제한되는 정치적 표현 자유에 대한 침해는 결코 작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ㄱ씨가 낸 공직선거법 266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각하했다. 이 조항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에 대해 공무원직 취임과 임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헌법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은 ㄱ씨 선거운동 기간 위반행위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재판의 전제성(위헌 여부를 문제 삼은 법률이 해당 소송사건 재판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아 (ㄱ씨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시말해, ㄱ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헌법소원심판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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