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한겨레> 자료 사진
‘슬롯머신’ 방식의 무료 모바일 게임을 태블릿 피시(PC) 등에 깔고 지폐투입기를 설치해 유료 게임으로 운영하면 게임산업법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 받아온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5월 대전 대덕구에 있는 자신의 게임장에서 슬롯머신을 본뜬 무료 모바일 게임을 태블릿 피시 100대와 게임기 100대 등에 연결했다. 그는 여기에 지폐투입기와 시간표시기도 설치했다. 현금을 넣으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고, 3분당 만원의 이용료도 챙겼다. 검찰은 ㄱ씨가 게임이 끝나면 남은 점수를 일정 비율로 현금으로 바꿔줬다고도 판단했다. ㄱ씨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법은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을 유통하거나 게임장 등에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10개월 추징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궁극에는 사행성이나 중독성 등이 강한 불법적인 게임물(악화)이 등급분류 받은 게임물(양화)을 시장에서 구축시키는 범행이라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금 환전’ 혐의에 대해선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ㄱ씨가 모바일 기기 일종인 태블릿 피시에 이 사건 게임물을 설치해 제공한 이상 게임 내용을 변경하지 않고, 다만 기기 외관을 아케이드 게임기처럼 보이도록 변경한 것을 두고 ‘등급분류를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기계에 현금 만원을 투입하면 3분 동안 화면 가림막을 없애는 방법으로 이용대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사건 게임물 내용 자체에 어떤 변경을 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료 모바일 게임물로 등급분류 받은 게임을 유료 게임 형태로 제공한 ㄱ씨 행위는 ‘게임물 내용 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임물의 운영방식을 변경해 이용에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게임물이 사행성이 강한 슬롯머신을 모사한 점을 고려할 때, 과금체계를 무료에서 유료로 변경하면 사행성 조장의 정도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판결은 게임산업법이 정한 ‘게임물의 내용’ 및 등급분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