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021년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대선 전까지 관련 수사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신병확보에 연이어 실패한 공수처가 판사사찰 문건 수사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최근 퇴원한 손준성 검사에게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와 관련한 출석 요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6일 지병으로 입원한 뒤 한 달 만에 퇴원한 손 검사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 진단에 따라 병가를 내고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손 검사 쪽 변호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셋째 주에 공수처 공문을 받고 입원확인서 등을 보낸 뒤 아직 공수처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못 받았다. 출석 요청 등이 오면 의료진 확인을 받아, 출석 시점 등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가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그를 둘러싼 수사는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공수처는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 검사의 체포영장과 두 차례 구속영장이 지난해 말 줄줄이 기각되자,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 사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0년 2월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손 검사가 소속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주요 법관의 출신과 판결 성향, 세평 등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윤 후보 지시로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배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말 윤 후보와 손 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이른 시일 안에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60여일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와 함께 입건한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하면, ‘야당 대선후보 탄압’ ‘정치적 중립성 위반’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안팎에서 대선이 끝난 뒤 손 검사 출석을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판단의 밑바탕에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10월 패소한 점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재판부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한 윤 후보의 행위가 정직을 넘어 면직을 해도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만큼,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점에서 공수처로서는 수사 속도전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해를 넘긴 고발사주 의혹 수사 역시 대선 이후 마무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수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은 여러 방향이 있다고 본다. 어쨌든 (대선에) 영향이 안 미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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