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공덕동의 모텔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조아무씨가 2020년 11월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서울 마포구 한 모텔에 불을 질러 8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남성이 징역 25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조아무개(71)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씨는 2020년 9월부터 마포구 공덕동의 한 모텔에 장기 투숙했다. 그는 그해 11월25일 새벽 2시38분께 자신의 방에서 술에 취해 의자로 모텔 집기를 부수다가 이를 말리는 모텔 주인 박아무개씨에게 술을 요구한 뒤, 거절당하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일회용 라이터로 자신의 옷가지에 불을 붙이려 했으나 실패하자, 책을 찢어 불을 붙인 뒤 옷을 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불길은 벽과 천장에 옮겨붙어 곧 모텔 전체로 번졌다. 이 불로 당시 모텔에 있던 13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5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홀로 도망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소방당국은 차량 34대와 인력 122명을 동원해 새벽 4시께 불을 완전히 껐다.
조씨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그는 2018년 9월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는 등 방화미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세 차례나 있었다.
1심은 조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법정에 이르러 범행을 부인하며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한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조씨 형량을 징역 25년으로 높였다.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용서받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등의 이유를 들어 “1심 양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이 조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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