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특활비는 집행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베일에 싸인 예산’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처음으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가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특활비 등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11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7년 1월1일~2019년 9월30일까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지출한 특활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의 집행정보와 지출 증빙서류 중 제3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특활비는 수사기관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 등에 사용하는 경비다. 소수의 검찰 간부에게 현금으로 배정되고,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증빙하지 않아도 돼 부정하게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과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각각 부하검사들에게 돌린 돈 봉투의 출처가 특활비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정업무경비 또한 수사할 때 쓰도록 한 예산으로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았다. 업무추진비에 대해선 집행정보만 공개됐고 지출 증빙서류는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 경비의 집행정보와 증빙서류를 공개한다고 해서 수사기밀이 유출되는 게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장이 간담회 등에서 지출한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에 대해선 검찰과 관계없는 제3자의 명단 등이 공개될 수 있다며 공개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특활비 사용내역이 공개된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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