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시각장애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공모사업을 담당하는 ㄱ씨는 해당 기관의 시스템을 사용해 업무를 하려고 했지만, 시스템에 화면 낭독기가 지원되지 않아 동료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ㄱ씨는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해당 기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19일 인권위는 ㄱ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지난달 22일 해당 기관에 “장애인과 노년층 등이 시스템 이용에 소외되지 않도록 웹 접근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해당 시스템의 웹 접근성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것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이 제기되자 해당 기관은 “시스템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약 9년간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노후 시스템이다. 2019년 개선 계획을 수립해 시스템 전면개편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했으나 반영되지 않아 웹 접근성 개선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진정 기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야만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어려움은 이해된다”면서도 “예산 미반영만을 이유로 정보소외계층에게 시스템 이용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관련 업무처리를 위해 반드시 시스템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 웹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진정인 등 이용자 개인이 직접 대체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진정 기관은 공공기관으로서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 및 정당한 편의 제공에 관한 각종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며 “중증 시각장애인인 진정인이 시스템에 비장애인 직원과 동등하게 접근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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