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19 구조대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현장 최상층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일주일 전께 38층에서 거푸집 자재에 섞여 일부 동바리가 밖으로 옮겨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에이치디시(HDC) 현대산업개발에서 39층엔 철제 거푸집을 사용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거푸집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알루미늄 거푸집과 동바리를 철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 201동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했던 ㅂ(48)씨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달 초 38층 ‘알폼’(알루미늄 재질의 거푸집 자재)을 실어 내리면서 동바리(임시 지지대)가 몇 개는 섞여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가 “현장 관계자가 붕괴사고가 난 39층 슬래브를 타설하기 이전에 작업의 편의를 위해 38층 알폼과 동바리를 미리 철거해 반출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던 것과도 일치한다.
아이파크 아파트 거푸집들은 3개층 단위로 콘크리트 양생(굳히기)이 끝나면 위층으로 옮겨졌지만, 38층 공사 땐 달라졌다. ㅂ씨는 “지난달 25일 이후 자재를 쌓아 놓으면 계속 아래로 내렸다. 알폼이 한 가구당 세팅돼 들어가는데, 39층은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알폼을 다 내렸다”며 “알폼이 다 내려가야 39층 타설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8층 알폼 등을 그때 내리지 않으면 39층 작업이 끝난 뒤엔 (크레인 작업을 할 수가 없어) 알폼 등을 옥상 층으로 올려 리프트카로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부터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일했던 ㅂ씨는 지난 11일 오전 10시30분까지 201동 주변에 강풍이 몰아치자 시공사에 작업 중지를 요청해 일을 중단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가 공개한 화정 아이파크 201동 타설일지.
20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에 올라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 곳곳에 붕괴 잔해물이 쌓여 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모임 제공=연합뉴스
ㅂ씨의 증언은 광주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에서 현장 조사했던 상황과 일치한다. 박홍근 사고수습대책본부 전문가 자문단장(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8층 안의 무너지지 않은 부분과 코어(엘리베이터실, 계단실 등이 집약된 곳) 부분만을 봤는데 동바리가 없었고, 입구에서 보니 피트 층(배관·설비층)에 동바리가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건축표준시방서를 보면, 거푸집과 동바리는 콘크리트가 시공에 가해지는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강도를 가질 때까지 해체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거푸집과 동바리를 해체할 땐 책임기술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보, 슬래브 및 아치 하부의 거푸집널은 동바리를 해체한 후 해체한다고 돼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공개한 타설 일지엔 피트 층 바닥을 지난달 24일에 타설한 것으로 돼 있다. 박 교수는 “동바리는 시공 하중을 고려해 최소한 하부 2~4개 층을 설치해야 한다”며 “38층까지 사용했던 알루미늄 거푸집 대신 39층엔 철판으로 만든 거푸집을 썼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그 이유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역시 동바리와 거푸집 철거 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동바리 해체 작업은 중요한 공사여서 원청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쪽은 “공사진행에 대한 내용은 관계 조사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어 답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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