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록’ 방송을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에서 법원이 김씨의 사생활 부분을 제외하고 방송을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태업 수석부장판사)는 21일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낸 방영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방송을 금지한 부분은 김씨와 윤 후보를 비롯한 가족들의 사생활 관련 발언 및 통화 당사자들과 무관한 타인 간 대화 내용으로,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나 수사 상황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보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김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둘러싼 세 번째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취득 방식이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더라도, 여전히 서울의소리가 녹음파일을 소재로 한 방송 기획은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에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검증, 의혹 해소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적 영역과는 전혀 무관한 김씨 자신 또는 윤석열 후보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개인적 사생활에 관한 내용과 이명수 기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씨와 타인의 발언이 녹음된 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방송 금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김씨는 본인과 이명수 기자가 나눠왔던 7시간45분 분량의 통화 내용 방송 계획을 밝힌 <문화방송>(MBC)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티브이(TV)를 상대로도 같은 취지의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지난 13일 서울서부지법은 <문화방송>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수사상황과 언론에 대한 비판, 일상적 대화 등을 제외한 내용은 방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김씨가 열린공감티브이에 대해 낸 가처분 신청에서 공개 허용 범위를 넓혀, 김씨와 가족의 사생활만 제외하고 모두 보도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관련된 수사상황이나 언론관을 드러내는 발언도 모두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문화방송>이 23일 예정된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김씨 통화 녹취록에 대한 후속보도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김씨 쪽도 이날 오전 2차 방송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취하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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