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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디자이너 죽음’ 뒤늦게 고개숙인 현대차, 유족·직원들 “기대 없다”

등록 2022-01-21 17:04수정 2022-01-21 22:11

1년4개월만에 “조직문화 조사”
고인 유족 “우리한텐 연락 없어
관심 끄기 위한 면피 사과” 의심
회사 내부에서도 “진정성 의문”
지난 17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앞에 모인 고 이찬희씨의 동료들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장예지 기자
지난 17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앞에 모인 고 이찬희씨의 동료들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장예지 기자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던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 고 이찬희씨가 스스로 삶을 등진 지 1년4개월이 지나서야 현대차그룹이 “안타까운 죽음을 가슴 깊이 애도한다”며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조사를 약속했다. 현대차는 이씨의 죽음이 ‘개인적 사정’에 의한 것이라며 회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언론보도로 사건이 조명되면서 뒤늦게 입장을 낸 것이다.

박정국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21일 오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임직원들에게 ‘담화문’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사장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신 안타까운 사안으로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유가족분들과 직원 여러분들께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충격과 상심이 크게 남아있는 것에 대해 어떤 위로의 말로도 다 헤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경쟁적인 업무 환경과 당시 센터장이었던 상사 이아무개씨에게 당했던 폭언, 과로를 모두 견뎌야 했던 이씨가 2020년 9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1년4개월만에 현대차가 애도와 사과를 전한 것이다. 이씨의 동료를 포함한 현대차 남양연구소 직원들은 지난 17일 사무·연구직 최초로 첫 촛불집회를 열어 이씨를 추모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관련기사 : [현장] 현대차 디자이너의 죽음…1년 4개월 뒤에야 촛불이 켜졌다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7763.html)

현대차는 그동안 이씨의 죽음과 회사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담화문에서는 전반적인 조직문화 개선도 약속했다. 현대차는 이씨가 숨진 직후에도 ‘사회적 풍속을 저해하는 경우 부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회사 규정을 들어 동료 252명의 공식 추도사와 호소문 게시를 거부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번 메일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제3의 외부 기관을 통해 연구소 내 비상식적인 업무 관행을 포함한 조직문화 실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씨 유족은 갑작스런 현대차 태도 변화를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씨의 배우자 서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과 소식도 주변에서 알려줘 알게 됐다. 현대차에서 연락이 오진 않았다. 산재 신청 과정에서 회사는 (남편의 사망이) 부부싸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담화문을 보니 구체적인 대처는 없고 (사회적) 관심을 누그러뜨리려고 낸 면피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이런 회사의 입장에 회의적이거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과 함께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책임자 처벌과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한 직원은 <한겨레>에 “큰 기대는 없다. 지켜봐야겠지만 담화문을 내고 덮겠다는 게 아닐까 싶다. 이메일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몸으로 체감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비판적인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한 현대차 직원은 “언론에는 (개인적 사정이라고) 주장했는데 표리부동이다. 그냥 민심달래기용 전체메일”이라고 썼다. “잘못한 사람이나 대표가 책임을 져라. 대책도 없이 죄송하다고 하면 넘어갈 것인가” “죽음을 가족 문제로 몰아가던 회사가 갑자기 반성하고 사과를 한다고? 그것도 글로만? 정말 굴지의 기업 맞나?”라는 글도 올라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21일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 갈무리
21일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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