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업가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지난해 12월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 로비 명목 등으로 사업가에게 억대 뒷돈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서장 쪽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변호사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2015년 2월까지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한 윤 전 서장은 이후 세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세무조사 청탁·알선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전 서장이 2018년 1월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부동산 시행사업을 하는 김아무개씨로부터 호텔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하는 등 2017~2018년까지 로비 명목으로 1억3천만원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윤 전 서장은 ㅎ법무법인에 여러 사건을 소개해주고 5억원 상당의 부동산 매수자금 및 6500만원 상당의 베엠베(BMW) 등 차량 렌트비를 제공받는 등 ‘브로커’ 행위를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그를 구속기소했다.
윤 전 서장 쪽은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 전 서장의 변호인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금품수수와 관련해) 피고인은 상대방과 정상적인 세무조사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금품을 받았을 뿐이지 청탁알선의 대가가 아니었다”라며 “법무법인에는 사건을 소개하거나 알선해준 것 자체가 없고, 법무법인 고문에게 개인적으로 5억원을 빌렸는데 하필 그게 법인의 자금이었다. 차량 제공도 법인에서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차량을 제공받은 것이지 법률 사무 알선 대가로 이득을 취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서장은 이 사건 외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1~2012년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해주겠다며 육류업자에게 골프 접대 및 법인카드 사용 등으로 4300만원을 받고, 2004~2012년 세무사에게 세무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억6천만원을 받는 등 2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9일 추가기소됐다. 앞서 윤 전 서장은 2012년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국외로 도피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 검찰이 경찰의 영장신청을 반려하고 2015년에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 수사를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의 측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의 친형이다.
윤 전 서장 쪽은 기소된 두 사건을 두고 “병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두 개의 재판이 별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서장은 “열심히 반성하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2월25일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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