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신원(69) 전 에스케이(SK)네트웍스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나 태도에 비춰볼 때 도주할 염려가 없어 보이고 1심에서 문제가 됐던 증거인멸 우려가 거의 해소됐다”며 최 전 회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대식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조경목 에스케이에너지 대표, 안승윤 에스케이텔레시스 대표, 최아무개 에스케이시(SKC) 전 경영지원본부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최 전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에스케이네트웍스·에스케이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2009~2018년까지 22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의 혐의 가운데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우선, 최 전 회장이 2009년 골프장 개발 사업을 위해 에스케이텔레시스의 자금 155억원을 자신의 개인회사 ㅇ개발에 무담보 대출해주도록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ㅇ개발은 사실상 피고인의 개인회사에 불과하고 ㅇ개발에 대한 투자가 텔레시스의 사업상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경영상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전 회장이 2012~2017년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 146억원을 텔레시스 회삿돈에서 임의로 빼내 사용하고, 2012년 11월~2013년 7월 양도소득세 납부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텔레시스 자금 약 117억원을 인출해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횡령) 등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기 위하여 차용증 작성이나 이사회 결의, 회계처리 등 정상적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임의로 인출했다. 피고인이 사후에 이를 전액 상환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한다”고 했다.
다만 1심은 최 전 회장과 조대식 의장, 조경목 대표, 최아무개 에스케이시 전 경영지원본부장이 함께 연루된 에스케이시의 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 전 회장 등은 에스케이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해 936억원가량의 대금을 납입하도록 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았다. 재판부는 “부도 위기에 처한 텔레시스에 자금을 투자해 회생시킬지는 이사회에서 정당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온전히 경영판단의 영역인데, 공소사실대로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왜곡됐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최 전 회장 쪽은 선고 뒤 “경위를 떠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판결문이 송달되면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