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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내선 전관 ‘스토브리그’ 열렸는데…외국은 어떨까?

등록 2022-02-01 15:16수정 2022-02-01 15:21

한국에서 유독 뚜렷한 ‘전관예우’
미국, 윤리규정으로 이해충돌 방지
일본은 ‘전관 출신’ 인기 높지 않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법원 정기인사철인 2월이 돌아오면서 로펌업계가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판·검사 출신 전관들을 영입하고자 해마다 이맘때마다 벌어지는 일종의 ‘스토브리그’다. 판사가 변호사로 전직하는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지만, 선진국 가운데 ‘전관예우’라는 개념이 자리 잡은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이 사법체계를 개선할 때 참고하는 미국이나 한국 사법체계와 비슷한 일본의 사례는 어떤지 살펴봤다.

미국 연방대법원.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연방대법원.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판사 퇴직 후 개업 가능하나 강한 이해충돌 규정

미국에서는 판사직을 법조인으로서의 ‘최고의 피날레(마무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년 동안 변호사로서 법조경력을 쌓아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기에 판사로서 법조인 생활을 마무리 짓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에서도 판사 퇴직 후 변호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방헌법 3조에 규정된 ‘3조 판사’(Article III Judges), 즉 연방대법원·연방고등법원·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종신직이지만 사직한 뒤 변호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주 법원 판사의 경우 주마다 사례가 다르긴 하나, 임기가 끝나거나 다른 사유로 퇴직하고 난 뒤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뉴욕주에서는 판사 12명이 대거 사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기사를 보면, 12년 동안 동결된 임금 탓에 판사들이 사표를 내고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처럼 전관예우가 문제 되지 않는 이유는 판사 행동 강령 등을 통해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판사를 위한 행동 강령’을 보면, 판사는 본인이 변호사시절 연관됐던 사건이나, 판사가 소송당사자 쪽과 관계된 경우 등 ‘판사의 공정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될 수 있는 경우’ 사건을 맡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도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재판부가 개인적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다. 그러나 두루뭉술한 규정으로 같은 학교 출신·사법연수원 동기 등의 연고 관계가 있어도 재판이 진행되는 데 무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의 불법 요양병원 개설 및 요양급여 편취 사건 항소심에서 재판장과 최씨의 변호인이 대학 동문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5년가량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인연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일본 최고재판소.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일본: 인기 없는 전관 출신 변호사…대법관 출신은 후배 자문 정도

일본에서도 판사(재판관)나 검사로 일하다 변호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 통계를 보면, 2020년 변호사로 등록한 1576명 가운데 판사 출신과 검사 출신이 각각 49명으로 약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변련은 △판사·검사 업무 특성상 정년까지 2년 반~3년마다 바뀌는 근무지 △육아의 어려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점 등이 이들의 전직을 부추긴다고 풀이했다.

다만 전관 출신 변호사가 업계에서 특별히 선호되거나 우대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업계에서 전관예우를 바라지 않는 데다 전관 출신 변호사의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9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전관예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퇴직법관 출신 변호사가 전관예우에 대한 의뢰인의 기대감으로 변호사 시장에서 선호되는 문화 자체가 없어 단기간의 높은 소득활동을 목적으로 판사 퇴직이 가능하기 힘든 구조”라며 “오히려 퇴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의뢰인과 교섭이 서툰 부분이 지적되고 있다. 일본에서 판사직을 오래 수행했던 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한 영업 마인드가 없어 개업해도 의뢰인이 몰리지 않는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변련 누리집에는 ‘판사가 변호사로 전직하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며 ‘형사부 판사는 아무래도 전직이 한정된다. 민사부 판사 경력이 유리하다’, ‘40대 이상 시니어 판사는 실무경험이 없는 한 기업 법무 쪽 사무실로 전직하기 어렵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니 전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빨리 상담을 받으라’는 등의 조언을 써놨다. 급여 또한 실력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전관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다른 변호사보다 높은 급여를 받지도 않는다. 판사·검사로서의 경력이 많을수록 전관으로 우대받는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일본의 대법관인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퇴직 후 재판이나 자문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과 다른 부분이다. 한국은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해 고액 급여를 받으며 자문이나 송무 활동을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차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전직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변호사로 등록하더라도 소송이나 자문에 나서지 않고 후배들에게 법률자문을 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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