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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핀란드의 한 청소년이 요포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요포 누리집 비디어 캡처
일터와 학교 오가는 하루 “요포 프로그램에 오기 전에 저는 정말 우울했어요. 누구에게나 심술궂게 구는 못된 사람이었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새 삶을 시작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사람이 됐고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사람들도 이제는 저를 보고 좋아해요.” 토피가 참여하는 요포 프로그램은 핀란드에서 2006년 시작한 유연한 기초교육 프로그램이다.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7~9학년 학생(중1~중3)이 대상이다. 요포 프로그램에선 학생들이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 진도, 공부 방식 등을 정해서 자신만의 맞춤 학습 계획을 세우면 선생님이 이를 도와준다. 7학년 때 다른 과목은 다 이수했지만 수학은 뒤처진다고 생각하면 8학년에 올라가서도 7학년 수학 공부를 마치고 8학년 과정을 시작하는 식이다. 요포 클래스는 한 반에 최대 20명으로 운영되고 교사 2명, 청소년 복지사 1명이 학생들을 담당한다. 토피가 학기 중에 햄버거가게에서 일하듯, 학생들의 직장체험, 현장학습, 캠핑 등 현장에서의 배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해마다 학생 1800여 명이 요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아이들의 신청과 학교 심사로 대상자가 정해진다. 주로 학교에서 동기부여가 적거나 기초교육을 중단할 위험이 큰 학생이 대상이다. 토피의 담임교사인 카탸 타이미아호는 “우리 학생들은 전통적인 학습 방식에 의욕이 적다. 그리고 일반 학교 시스템에서는 국외자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이 활동적이고 실용적이어서 수업을 듣는 것보다 직접 무언가를 하는 방식을 즐기기 때문에 직업체험이나 현장학습 등 직접 행동하는 방법으로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요포 학생들은 더 여유롭고 작은 그룹에서 배우는 게 필요하다. 학생들 간, 그리고 교사와 청소년 상담사와 더 논의할 수 있고 학업에서도 개인적인 지원과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포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가치는 ‘시스템의 유연함’이다. 필자가 참관해서 살펴본 요포 수업의 진행 방식은 독특했다. 교사가 칠판 앞에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다. 한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다른 책을 펼쳐놓고 본인이 하고 싶은 과목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은 모여서 함께 공부했고, 어떤 학생은 선생님과 일대일 맞춤 수업을 했다. 수업 시간마다 특별히 정해진 과목도 없었다.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각자 흩어져 점심을 해결하고, 자신이 선택한 수업에 맞춰 인근 학교의 가사 실습이나 기술 수업에 참여했다. 토피처럼 자신의 일터로 가서 직업체험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요포 프로그램에 참석한 한 학생이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러닝스쿠프 누리집
청소년 복지사의 도움 병행 그래서 청소년 복지사가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 복지사는 학생들이 직업체험 현장을 구할 때나 사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도움을 준다. 토피가 일하는 햄버거가게도 청소년 복지사가 지역 상인들과 협의해 구해준 곳이다. 토피는 학기 중 직업체험 기간에는 무급으로 일하지만, 성실함을 인정받아 여름방학 때는 정식으로 아르바이트할 예정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집에 앉아 비디오게임이나 하는 게 제 미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 멋진 미래를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직업을 갖고 돈을 벌고 좋은 차도 가지는 꿈 말이에요.”(끝) 신소영 자유기고가 soyoung.f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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