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들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기초생활수급자 ㄱ(71)씨는 지난해 12월2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재택치료 기간에 상황이 악화돼 사흘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ㄱ씨의 자녀 민지(33)씨는 “며칠 뒤 어머니는 더 이상 전파력이 없다는 이유로 격리가 해제됐고,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체외막산소공급(ECMO) 치료를 받으며 중환자실에 누워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까지 ㄱ씨의 진료비 총액은 1억9151만169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3690만5084원이다. 민지씨는 “프리랜서라 받을 수 있는 의료비 대출도 최대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그 가족들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코로나19 치료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이므로 정부가 치료비를 전액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치료비 지원은 격리해제 전까지만 해당된다. 그러나 격리해제는 완치가 아니다”며 “그저 전파력이 감소했다는 것이지 병실 밖으로 걸어나갈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는 음압병동 격리중환자실에서 일반중환자실로 이동한 순간, ‘코로나19 완치자’로 분류해 아무런 치료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격리해제 이전이라도 비급여 항목은 환자에게 부담시키고, 하루 십수만원에 이르는 간병비도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증상 외의 사유로 병상을 배정한 경우, 그 이유가 해소되거나 격리가 해제되는 즉시 전원·전실하도록 재원 기간을 최대 7일로 바꿨다. 이에 대해 현직 간호사인 김민정 무상의료운동본부 소속 행동하는 간호사회 운영위원은 “입원하게 되는 위중증 환자는 주로 취약계층·노인·기저질환자 등인데 이런 분들이 7일 만에 상태가 호전된다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질병이 무슨 기간제인가. 코로나로 인한 합병증은 일주일만 아파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도 실질적 해결책이 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이 제도는 3천만원 한도 내에서 저소득층 중증질환자에게 본인부담액의 일부를 지원한다. 그러나 환자가 먼저 병원비를 내고 추후에 지원비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조희흔 참여연대 간사는 “정부는 병원비로 인해 시민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일을 막을 의무가 있다”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개정해 의료비 지원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중증환자보호자모임은 △중환자실과 의료인력 대폭 확충 △코로나19 치료비 정부가 전액지원 △대선 후보들의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완치된 상황에서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논란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7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끝나면 일반 질환 치료는 일반 병실에서 하도록 하고 건강보험 지원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암 환자가 코로나 증상은 나아졌는데 암 환자였기 때문에 중증 암 치료를 계속 받는다면 암 치료 비용을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냐 등의 문제가 있다”며 “그 부분까지 국가가 계속 무상으로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현재 감염법 관계 법령상의 이념에 맞지 않고 재원 부담의 적정성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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