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회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암 투병 등으로 변호사 시험에서 5번 떨어진 로스쿨 졸업생이 ‘추가시험을 보게 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존댓말을 써서 “부득이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변호사 시험 응시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근 ㄱ씨 패소로 판결했다.
ㄱ씨는 2017년 2월 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2016년 여름께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2017년 처음 본 변호사 시험에서 불합격했고, 다음 시험 합격을 노리며 직장생활과 수험생활을 병행하던 중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험공부를 이어나갔지만, 뇌경색에 천식까지 앓게 됐고 결국 2020년까지 치른 네 번의 변호사 시험에서 모두 불합격했다. 지난해 시험은 시험 전날 천식 치료차 방문한 병원에서 코로나19검사를 받게 되면서 치르지 못했다. 이른바 ‘오탈자’(다섯번의 시험에서 모두 떨어진 로스쿨 졸업생을 일컫는 말)가 된 것이다.
ㄱ씨는 ‘변호사시험 응시는 5년 안에 5차례만 응시할 수 있다’고 제한을 둔 변호사시험법 7조가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시험법 7조는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가 아니면 변호사시험 응시는 5년 안에 5번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이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행복추구권·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여러 차례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 낭비, 응시인원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 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지난해 4월 같은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일부 재판관(이선애·이석태·이은애·김기영)은 “병역의무 이행자들 외에도 불측의 사고, 질병,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5년 내 5회’의 기간 내에 변호사시험에 도저히 응시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는 변호사시험 준비생이 있을 수 있다”며 일부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앞선 헌재 결정을 바꿀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지난달 재차 합헌으로 결정됐다.
이날 재판부도 헌재의 결정을 들어 “해당 조항이 위헌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판결문 말미에는 이례적인 경어체로 “원고가 직장암, 뇌경색, 천식 등을 앓으며 시험준비를 해온 사정이 매우 딱하고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비교적 최근까지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위와 같이 완강하므로, 예외를 두는 데에 엄격한 법률 조항 자체가 합헌인 이상 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부득이한 것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라고 덧붙였다. 통상 원고 패소로 판결할 경우 원고·피고의 소송비용을 패소한 쪽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 재판부는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을 대리한 김정환 변호사는 “항소를 제기했고, 관련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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