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임대차3법 관련 공약. 공약집 갈무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일 “법무부가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가 언급한 ‘전면 재검토’는 법무부 입장이 아닌 업무보고 자료에 인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 문구였다. 인수위의 임대차3법 축소·폐지 방침에 더불어민주당이 불가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법무부 보고 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한국일보> 보도에 대한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업무보고에서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임차인의 주거안정 등 권익보호를 위하여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일보>는 이런 내용을 보도하며 “법무부가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 취재 결과는 다르다. 법무부가 지난달 2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검토 내용을 보고한 것은 맞다. 법무부는 A4 한장 분량에 △당선자 공약 요약 △임대차법 현황 △이행계획 등 순서로 정리했다. 법무부는 당선자 공약을 요약하며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임대차3법의 적절한 개정과 보완장치 마련을 통해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임차인 권익 보호”라고 적었다. 이는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집(<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118쪽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법무부는 이어 임대차법 시행 뒤 시장 현황 등을 언급한 뒤 이행계획 부분에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 임대인의 재산권 신뢰보호,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제반 영향 등을 고려해 현행 제도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보고했다. 부처에서 업무보고 때 쓰는 원론적 수준의 검토 의견이지 인수위가 밝힌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 보고”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법무부 업무보고 때 임대차3법 관련 논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100분가량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임대차3법 관련 보고는 1분조차 걸리지 않았고, 당시 인수위원들도 이에 대해 아무런 질의도 하지 않고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임대차3법과 관련해 법무부는 서면이든 구두로든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표현은 당선인 공약을 요약한 자료에만 나오는데, 보고 양식상 당선인 공약을 요약한 부분은 배경 색깔이 달라 인수위도 인지했을 것이다. 법무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개정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내부적으로는 전월세 가격 상승이 임대차법 부작용 때문인지 아니면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법 시행 기간이 짧고 그 사이 시장상황이 요동쳤기 때문에 임대차3법이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책 효과 분석이 충분치 않다. 지금 시점에서 바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주택시장이 조금 안정되는 추세이니 충분히 모니터링한 뒤 보완·개선할 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인수위 대변인실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법무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주택임대시장 정상화로 임차인의 주거안정 강화’ 공약 이행계획으로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에 대해 우선추진 검토의견으로 보고했다.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는 인수위 발표 내용을 “전면 재검토에 대해 우선추진 검토의견으로 보고했다”로 변경한 뒤 두 표현이 서로 동일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2022년 8월 이후 주택시장 현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등 법무부가 낸 의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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