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사건을 생각하는 모임-도쿄 등 4개 단체는 3월18일 일본 오사카 성공회이쿠노센터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출신 재일동포들의 4·3 피해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재일본4·3유족회 제공
올해부터 제주4·3 추가 진상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제주 출신 재일동포(재일제주인)의 4·3 피해실태 조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에는 오사카와 도쿄에 4·3유족회와 ‘4·3을 기억하는 모임’ 등이 있을 정도로 4·3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처럼 일본에서 4·3 관련 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재일제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해방 뒤 4·3이 일어나자 일본에 친척이 있는 부모들은 자녀만이라도 살리겠다며 밀항선 등에 태워 일본으로 보냈고, 이들이 오사카 등지에 뿌리를 내렸다.
연구자들은 당시 밀항한 제주도민 규모를 최소 1만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재일제주인 가운데는 일본 국적자가 된 이도 있고, ‘조선적’을 가진 이들도 있다. 조선적은 해방 뒤 일본 정부가 일본에 잔류한 재일동포 가운데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을 외국인으로 등록하면서 ‘조선사람’이라는 뜻에서 일률적으로 부여한 표기다.
일본4·3유족회는 일본 내 4·3 유족이 9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남북 분단 상황에서 재외국민 등록을 하지 않은 재일동포 가운데 적지 않은 재일제주인들을 미신고 희생자나 유족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내 4·3 관련 단체들은 전문 조사원을 일본에 파견해 조선적을 가진 재일제주인, 일본 국적자를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희생자 및 유족 신고를 하지 않은 총련 소속 재일제주인과 일본 국적이나 조선적을 가진 재일제주인들도 조사 대상에 넣어 희생자 결정 때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4월28일 일본 오사카 통국사(도코쿠지)에 세워진 제주4·3희생자위령비 앞에서 4·3 추념식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이들 단체는 “총련 소속 재일제주인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4·3 경험자의 고령화를 고려할 때 이번 추가 진상조사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4·3문제 해결을 통한 ‘화해와 상생’이라는 관점에서도 이들에 대한 조사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내 4·3문제를 연구해온 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명예교수는 “이번에 개정된 4·3특별법과 시행령은 일본에 거주하는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남북 분단으로 아직 희생자 및 유족 신고조차 하지 못한 동포들이 있는데, 이들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방 이후 4·3을 전후한 혼란기에 제주도민들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건너와 오사카는 ‘제2의 제주4·3 현장’이라고 불린다. 이런 역사적 상황을 도외시한 채 4·3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오광현 재일본4·3유족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제주인 가운데 유족 신청을 하지 않은 분들도 많다. 여전히 4·3을 이야기하기가 무섭다고 한다”며 “6개월~1년 등 장기적인 추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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