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판매위원회 노조의 천막농성이 진행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앞. 노조는 지난해 11월 천막농성을 잠정 중단한 뒤 지난 2월 설치됐던 천막도 전부 철거했다. 장예지 기자
서울 수서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해 ‘상황관리’를 이유로 텅 빈 천막 농성장에서 야간 근무를 했다며 수개월간 초과수당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겨레>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2021년 1월∼2022년 1월 수서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동원명령서를 보면, 당시 정보과장이었던 ㄱ경정과 정보계장이던 ㄴ경감 등은 부당해고된 조합원 복직을 요구하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의 철야 천막농성이 끝난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약 3개월간 해당 사안 관련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기재했다. 농성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앞에 있다. 경찰 동원명령서는 관할지역 내 집회·시위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정보과·경비과가 작성하는 공식문서로, 동원 시간과 사유, 장소 등을 기재해 계장·과장·경찰서장 결재를 거쳐 개인별 초과근무 수당을 산정하는 근거가 된다.
천막농성은 지난해 11월11일 종료됐다. 그런데 ㄱ경정은 ‘오토웨이 상황관리’를 명목으로 그해 11월과 12월에 각각 16일, 올해 1월엔 14일의 총 46일 초과근무를 신청했다. 대부분 모두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를 한 것으로 기재했다. ㄴ경감도 같은 기간 각각 15일, 19일, 14일씩 총 48일 초과근무를 했다고 신청하면서,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17시간 근무를 한 것으로 기재했다. 3개월간 ㄱ경정은 304시간, ㄴ경감은 331.5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철야농성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6∼10월 ㄱ경정은 해당 업무로 한달 평균 9.8일 초과근무를 했는데, 오히려 농성 종료 뒤 한달 평균 초과근무 일수는 약 15일에 이른다. 같은 기간 두 사람 외 다른 정보관들도 초과근무 신청에 이름을 올렸다. ㄱ경정과 ㄴ경감이 함께 ‘오토웨이 상황관리’ 근무를 할 때마다 경위 2∼3명의 이름이 동원명령서에 함께 기재됐다. 이들 역시 같은 기간 하루 최소 2시간30분에서 최대 7시간씩 초과근무를 했다고 신청했다. 2021∼22년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 시간외수당과 야간수당을 합하면 3개월간 ㄱ경정이 받은 초과근무 수당은 약 493만원, ㄴ경감은 약 455만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노조는 경찰의 초과근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조창묵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한겨레>에 “지난 5월24일부터 노조원 1명씩 돌아가며 철야농성을 했지만 현대차노조 새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선거 준비를 위해 사실상 11월 초부터는 농성을 하지 못했다. 회사에도 농성장 철수 계획을 밝혔고, 11월11일엔 천막농성을 일시 중단한다는 공문도 노조 내부에서 공유했다”고 했다. 이어 “새 집행부가 사측과 (해고 문제) 논의를 하면 되기에 그 전에 굳이 회사를 압박할 필요도 없었다. 노조 사무실에서 농성장까지 통상 40~50분이 걸리는데 굳이 농성장을 왔다갔다 할 일이 없었다”고 했다. 정보경찰 여러명이 야간 상황관리를 했다는 농성장이 실은 텅 빈 천막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농성에 참여했던 노조 관계자는 “천막 유지를 위해서 농성이 끝난 뒤에도 집회신고는 계속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경정은 “현대차 노조 선거가 있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노조원이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야간에 농성 천막을 왕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근무를 했다. 농성장이 인도에 있었기 때문에 사측이나 일반 시민과의 마찰 등 위험 방지 차원에서 상황관리를 했다. 현장에 가서 상황을 지켜보진 않지만 담당 정보관이 작성한 상황보고서를 통해 보고를 받았다”며 실제로 초과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ㄴ경감은 “(농성을) 접는다는 얘기가 있었던 건 맞지만 천막이 제거된 건 2월 초였다. 그 전에는 (노조원)이 한 두명씩 오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천막농성에 참여했던 한 노조원은 “천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농성장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11월 노조 차원에서 천막 농성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철야 농성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경찰관은 “형사·수사과 등 내근부서는 하루 7시간 초과근무를 해도 그중 4시간만 인정을 해 수당을 준다. 반면 외근이 많은 정보과는 ‘한시적 현업부서’에 속해 이같은 제한 없이 신청만 하면 수당을 다 받는 것으로 안다. 요즘엔 보다 엄격하게 전산기록을 근거로 경찰 초과근무 시간을 측정하는 추세인데, 관내 상황 발생을 이유로 초과근무를 허위 기재해 많은 수당을 타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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