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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컹컹, 여기 주검…” 19m 땅밑 실종자 ‘냄새’로 찾아내는 체취증거견

등록 2022-04-15 05:00수정 2022-04-21 14:15

나는 경찰이다①
실종자·시신 찾는 경찰 과학수사대 ‘체취증거견’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 인터뷰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체취증거견 미르의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체취증거견 미르의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컹컹컹.”

지난 2월2일 오후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갈색 말리노이즈 7살 ‘미르’가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 지 닷새 만에 마지막 실종자를 찾을 단서가 발견된 순간이었다. 지난 1월29일 오전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 30만㎥가 무너져 내리면서 현장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 사고 당일 발견된 2명과 달리, 마지막 실종자는 사고 발생 닷새째 미르가 반응을 보인 지점의 땅밑 19m 아래에서 발견됐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배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각국 경찰들은 개의 후각을 실종자와 주검 수색, 방화 원인 등을 찾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도 체취증거견 미르를 지난 2016년부터 현장에 투입해왔다. 지난 1월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2018년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등에서 주검을 찾아냈다. 미르가 지금까지 찾은 생존자는 4명, 사망자는 37명에 달한다.

“미르를 산에 데려가서 훈련시키다 보면 제 눈에도 냄새가 보입니다.” 미르의 핸들러(경찰견 관리자)인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는 말했다. ‘냄새가 걸렸을 때’ 미르가 움직이는 방식을 보면, 바람결에 냄새가 어떻게 흘러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경위는 미르가 단서를 찾았을 때, 미르와 함께 산의 오르막과 비탈길을 전력 질주한다. 미르는 최 경위와 일정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뒤를 돌며 최 경위를 확인하곤 한다. 그사이 바람 방향이 바뀌어 냄새를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르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최 경위는 온 힘을 다해 뛴다.

미르와 훈련 중인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 최영진 경위 제공
미르와 훈련 중인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 최영진 경위 제공

한 번 수색에 나서면 하루 10km 이상을 움직이는 미르는 평소에도 실전처럼 훈련한다. 인간의 주검 냄새가 나는 시료를 옷가지에 묻힌 뒤 야산 등에 묻어두고, 3개월이 지나 미르가 찾도록 한다. 최 경위는 “저는 가끔 (시료를 묻은 장소가) 기억이 안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경위가 과학수사대 핸들러가 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강력계 형사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주검을 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주검을 찾지 못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못한 경험 때문이다.

현재 최 경위는 경찰견들과 함께 ‘냄새 증거’로 용의자를 찾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화성 물질을 현장에서 찾아내는 방화탐지견 ‘폴리’를 훈련시켜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여름부터 체취선별견 ‘파도’와 ‘소리’(둘 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훈련시키고 있다. 파도와 소리를 현장에 투입해 현장에 남은 냄새와, 용의자의 체취를 비교해 특정하는 게 목표다. 최 경위는 “국내에서 ‘냄새 증거’를 활용하려는 건 처음”이라며 “민간 대학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등과 계속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체취증거견이어도 어떤 일을 수행하느냐에 훈련과 보상 방식이 다르다. 산을 뛰어다니며 사람을 찾아야 하는 미르는 흥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공으로 격렬하게 놀아준다. 작업 특성상 미세한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체취선별견은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도록 놀이의 강도를 조절한다. 체취 증거견 한 마리당 하루 2~4시간 훈련에 매달리지만, 집에 있는 반려견에게는 최소한의 훈련만 시킨다고 멋쩍게 웃었다. “집에서 키우는 9살짜리 포메라니안한테는 ‘앉아’ 정도만 시켜요.”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지난 2월부터 과학수사대 체취증거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드론팀, 여성청소년과 추적분석팀을 묶어 실종신속대응팀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제각각 대응해 공조가 어려웠는데, 팀이 만들어진 뒤에는 효율적인 협업이 진행됐다. 드론은 미르가 들어갈 수 없는 계곡과 절벽을 공중에서 확인하고, 미르는 나무가 빼곡한 지역을 코로 훑고 다니며 상호보완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지난 2월에는 취업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인 20대 남성을 수색 6∼8시간 만에 찾아내기도 했다. 최 경위는 늘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저희가 찾는 분들 중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은 경찰이 끝까지 안 찾으면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은데, 신속대응팀을 만든 건 그런 분들을 계속 찾기 위해서예요. 체취증거견이든 드론이든 궁극적인 목적은 실종자를 생존 상태에서 발견하거나, 돌아가셨더라도 빨리 가족분들한테 인계하는 겁니다.”

경기북부경찰청 실종신속대응팀원들과 최영진 경위(맨 왼쪽), 체취증거견 미르(왼쪽)와 폴리(오른쪽).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기북부경찰청 실종신속대응팀원들과 최영진 경위(맨 왼쪽), 체취증거견 미르(왼쪽)와 폴리(오른쪽).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실종자 수색하는 체취증거견 미르 영상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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