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교직원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여고생이 숨진 지 15년 만에 모교에서 졸업장을 받게 됐다.
김수경 열사 추모사업회는 대구 경화여고가 15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1990년 영남대 인문관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김수경(당시 18살·경화여고 3년·사진)양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경화여고 학생회 총무부장이던 김양은 “제가 전교조를 지지하고 전교조 선생님을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다니기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면 그곳은 학교가 아니다”라며 “전교조를 지지했던 게 죄가 된다면 떳떳이 죄값을 받겠다”란 유서를 남기고 영남대 인문관 4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김양은 투신 전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징계 반대시위를 10여차례 주도해 학교 쪽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사업회는 2000년 10월 김양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줄 것을 보상심의위원회에 요구해 지난해 3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정식 인정을 받아냈다. 그 뒤 사업회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경화여고 쪽과 논의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승우 추모사업회 회장은 “김양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에서 비롯된 비극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김양이 뒤늦게라도 졸업장을 받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추모사업회와 전교조 대구지부 등은 곧 김양의 추모비를 건립하는 등 추모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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