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소한 ‘스폰서 검사’ 사건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2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전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 재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 쪽은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아무개 변호사와 2016년 3, 4월 두 차례 술자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함께 마신 술값이 특정되지 않았고, 오랜 친분에서 술자리 비용을 계산한 것이라 업무와 무관하다. 뇌물 혐의 1천만원도 김 전 부장검사가 직접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급박한 사정이 있어서 박 변호사가 대신 돈을 내도록 한 뒤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날 “공소사실을 입증할 아무런 추가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형식적으로 재탕 수사해 억지로 기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단장으로 일할 당시, 옛 검찰 동료였던 박아무개 변호사의 미공개정보 이용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향응과 금품을 받고 무마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해 10월 김 전 부장검사의 부서에 박 변호사 사건이 배당됐는데, 이듬해 1월 김 전 부장검사가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으로 인사이동하기에 앞서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게 하고 인사이동 뒤에는 중·고교동창인 ‘스폰서’ 김아무개(52)씨 횡령 등 사건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하기도 한 것으로 공수처는 파악했다. 공수처는 2017년 박 변호사가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게 2016년 3·4월께 두 차례에 걸쳐 93만5천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그해 7월 천만원 상당을 받은 것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아무개씨의 수사 편의를 봐주며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지난달 공수처가 기소한 혐의는 2016년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을 수사하며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종결한 내용이다. 당시 대검찰청은 박 변호사 사건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수사 무마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종결한 이 사건은 2019년 10월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 범죄혐의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며 스폰서 김씨가 김 전 부장검사를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이듬해 10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이날 김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공소사실에 대해 “이 사건은 이미 2016년 9월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이 강도 높게 샅샅이 수사해 처분을 내렸던 사건에 모두 포함돼있던 내용”이라며 “이 사건 수사와 검찰 퇴직으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났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가 출범 후 1년 동안 기소한 사건이 없어 기관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의 지적과 실적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2월28일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저와 변호인을 참석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장검사 변호인도 “이 사건 기소는 증거와 법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위해 정치적 이슈화하기 위한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이 사건 내용이 검찰개혁의 좋은 명분으로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아무개 변호사 쪽도 같은 이유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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