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 수거 중인 경비원 모습. 연합뉴스
2년 동안 다섯번의 근로계약을 갱신해 온 아파트 경비원에게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여섯 번째 계약 갱신을 거절한 관리용역업체의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체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2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부산지법 민사60단독 김도요 부장판사는 아파트 경비원 ㄱ씨가 용역업체 ㄴ사를 상대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계속 근무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지난 5일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용역업체 ㄴ사 소속으로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ㄱ씨는 2018년 9월∼2020년 9월 2년간 2~8개월씩 다섯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그런데 ㄴ사는 여섯 번째 근로계약 갱신을 앞둔 2020년 8월 갑작스레 ‘근무 불성실’을 이유로 ㄱ씨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회사로부터 업무 관련 경고를 듣거나 근무평가를 받아본 적 없는 ㄱ씨는 이러한 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해 부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2020년 12월 복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ㄴ사는 ㄱ씨를 원래 근무하던 아파트가 아닌 부산 동구 한 아파트로 일방적인 전보발령을 내고, 미지급 입금도 일부만 줬다. 이에 반발한 ㄱ씨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ㄴ사의 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ㄴ사의 ‘감독 일지’에 입주민들이 여러 차례 ㄱ씨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ㄴ사가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도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과 ㄱ씨에게 업무 민원에 대한 경고를 한 적도 없던 사실 등을 이유로 “ㄴ사가 ㄱ씨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 ㄴ사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무효”라고 했다. 이어 “ㄴ사가 지노위 판정 뒤 ㄱ씨를 원직복직시킬 수 있었음에도 다른 동네 아파트로 발령한 것은 유효한 복직이라 볼 수 없다”며 “ㄴ사가 미지급한 임금 246만여원도 지급하라”고 했다.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정재훈 공익법무관은 “짧은 기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이 근로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갱신 거절이 정당한지는 사용자 측에서 엄격하게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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