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득표율 상위 2명을 대상으로 치렀던 협회장 결선투표제를 폐지한다. 변협은 비용 절감 이유 등을 대지만 일부 회원은 차기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둔 ‘개악’이라고 지적한다. 대선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결선투표를 폐지해 대법관 후보자 추천권 등을 갖는 변협 회장의 대표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25일 정기총회에서 참석 대의원 334명 중 188명(56.3%)의 찬성으로 협회장 결선투표제를 폐지했다. 2013년 1월 변협회장 직선제를 실시하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지 10년 만이다. 변협회칙은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의 후보자에 대해 결선투표를 실시해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현 이종엽 협회장도 결선투표를 거쳐 협회장에 당선됐다.
변협은 결선투표제가 폐지되면 후보 간 담합을 방지하고 투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후보가 여럿인 경우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들이 군소후보 지지를 얻기 위해 ‘자리 나눠 먹기’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고, 두 차례 투표 비용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변협 관계자는 26일 “전혀 다른 가치를 내걸고 경쟁하던 후보자들이 야합해 자리 나눠 먹기가 되기도 한다. 투표를 한번 할 때마다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데, 지금처럼 투표율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에서 결선투표를 두는 게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선투표제를 폐지하게 되면 변호사단체를 대표해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 변협회장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변협회장은 2만6천여명의 변호사 회원을 대표해 대법관·헌법재판관·검찰총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의 후보추천위원으로 활동한다. 변협 명의로 검찰 수사권 등 현안에 대한 성명도 낸다. 지난해 변협회장 선거에 처음으로 전자투표가 도입되면서 역대 최대 투표율(60.1%)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자투표 도입 전 투표율(최저 54.8%, 최고 58%)과 견주면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협회장은 각종 후보자 추천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큰 권한을 갖는다. 대표성을 띠는 게 중요한데 폐지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변호사 사이에선 ‘향후 변협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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