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 시장에서 2억원대의 투자 사기를 벌인 개발자가 판매한 ‘고양이 캐릭터’ 대체불가토큰. 서울경찰청 제공
새로운 가상자산 투자처로 주목받아온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에서 2억원대의 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이 붙잡혔다. 경찰은 가상화폐 생태계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갑자기 중단하고 투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사기 수법인 ‘러그풀’ 범죄를 처음으로 검거한 사례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7일 고양이 캐릭터 대체불가토큰 1만개를 유명 대체불가토큰 거래소 ‘오픈씨’에 등록한 뒤, 이를 구매하면 가상자산을 지급한다고 속여 피해자 9명으로부터 2억1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ㄱ(26)씨를 형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 19일 체포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체불가토큰 캐릭터를 디자인하거나 투자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은 공범 4명에 대해서는 공모 관계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대체불가토큰이란 그림·영상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탈중앙화한 블록체인 형태로 발행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한 디지털 토큰이다.
ㄱ씨와 공범은 가상자산 투자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로 범행을 공모한 지 20여일만인 지난해 11월25일 ‘캣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체 제작한 고양이 이미지를 대체불가토큰 거래소에 등록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1만 마리의 각기 다른 고양이 대체불가토큰 1만개를 통해 탈중앙화 금융을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해당 대체불가토큰을 보유하면 가상화폐를 주겠다고 홍보했다. 출시 하루 만에 1차 물량인 1000개(5000만원 상당)가 완판되는 등 약 300여명이 2억7000만원 상당의 5000개의 대체불가토큰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난 1월21일 이들은 “메인 계정 해킹으로 더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관련 누리집과 오픈채팅방, 에스엔에스(SNS) 등을 폐쇄한 뒤 사라진 혐의를 받는다. 해당 대체불가토큰은 3만6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최고가 50만원에 달하는 등 10배 이상 폭등했다가, 이러한 허위 해킹 공지 이후 3000원대로 떨어졌다. 경찰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사기 수법을 ‘러그풀’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러그풀은 ‘양탄자를 잡아당겨 사람들을 넘어뜨린다’는 뜻으로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을 가로채는 투자사기 수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ㄱ씨는 거래액을 부풀리기 위해 자전거래를 통해 대체불가토큰 시세를 조종했으며, 프로젝트를 폐쇄하기 전 자신이 보유한 대체불가토큰을 고가에 매도해 현금화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히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은 대체불가토큰 5000개와 범행 수익으로 사들인 차량 2대는 경찰이 압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한 대체불가토큰의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유명세나 커뮤니티 회원 수, 에스엔에스 홍보를 맹신하지 말고 개발자의 실명이나 운영팀의 이력, 활동상황 및 대체불가토큰 거래내역을 수시로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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