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창구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해 11월3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최종 처분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일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가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당시 논의 과정에서 일부 혐의을 두고는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나왔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일부 혐의만 떼어 기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어느 경우든 ‘검찰 윗선 개입’이라는 핵심 의혹 입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시 공소심의위에는 고발사주 사건 관련자 중 손 검사와 김 의원 두 사람만 안건으로 올라왔다. 공소심의위는 4시간여 회의 끝에 ‘불기소’를 의결했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만장일치가 아닌 과반 의견으로 불기소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를, 김 의원에게는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공모 혐의를 각각 적용해 수사해왔다. 공소심의위는 두 사람 혐의를 각각 조합해 경우의 수를 따져 기소·불기소 여부를 논의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직권남용 혐의를 손 검사와 김 의원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 한 사람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 적용할 수 없는지 등이다. ‘고발장 작성→전달→고발 실행’이라는 범죄 혐의 흐름 속에 두 사람이 실처럼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소심의위는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 스마트폰에 담긴 핵심 증거들도 직접 살펴봤다고 한다.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김 의원에게 전달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이다. 심의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1일 “논의 과정에 필요한 자료들을 다양하게 요청해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다고 한다. 두 사람 혐의를 각각 따져 조합하는 식으로 살폈는데, 혐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기소와 불기소로 나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했다.
공수처 최종 처분이 늦어지면서, 공수처가 공소심의위 불기소 권고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통상 공소심의위 권고 5∼10일 이후 최종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 쪽은 “앞서 공소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은 고발사주 사건에 비해 혐의가 단순했다”며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8개월 전 입건한 손 검사의 스마트폰 잠금 상태를 아직까지 해제하지 못했고, 이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스마트폰(아이폰)은 압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밀번호를 풀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두 사람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기는 어렵지만, 공무상비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는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취임 전에 두 사람 기소 여부를 결정할 지도 관심사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공수처장 보고 절차만 남았다.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다른 인사는 “공소심의위 결정에도 굉장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추가 검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가 연루된 만큼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취임 이후에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를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조사는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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