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지점장으로서 담당 지점을 운영하는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지점장으로서 담당 지점을 운영하는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다른 사건에선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 형태의 종속성 등에 따라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농협생명보험 주식회사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도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 두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위탁계약형 지점장 업무 형태가 노동자임이 분명한 정규직 지점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보험회사가 제공한 지점 사무실에 정규직 점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에 출퇴근하며 업무를 수행한 점”, “지점 사무실 운영 비용을 모두 보험회사가 제공했고 이들이 별개로 사무실 운영 비용 등을 투입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어 독립해 사업을 영위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또한 대법원은 “이들이 지급받은 수수료 등은 지점 운영이라는 근로의 대가로 임금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되는 점”도 들어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반면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 등은 각각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낸 위탁계약형 지점장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에 대해 정반대 판단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보험사들이 지점장들에게 업무계획 등을 제시했지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들은 자율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수수료에 큰 격차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보장했다는 사정만으로 수수료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다. 그밖에 “(보험사가) 위탁계약형 지점장에 대한 근태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사의 경우) 이들이 자신의 비용으로 업무보조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등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비용이나 책임 부담을 인정할 요소가 있는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달라 회사 별로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달리 판단된 것”이라며 “노동자인지 아닌지는 형식적인 계약 내용보다 실질적인 사실관계를 보다 더 중시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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