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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참수 128년만에 유골 확인된 ‘동학 접주’ 김응문 위령제

등록 2022-05-09 19:05수정 2022-05-10 02:02

무안군 ‘나주 김씨’ 일가 4명 현창비
“동학 지도자 유골 국내 발견 처음”
지난 5월 5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다산리 차뫼마을 입구에 세워진 동학농민혁명지도자 김응문 일가의 현창비를 후손 김성황씨가 살펴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지난 5월 5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다산리 차뫼마을 입구에 세워진 동학농민혁명지도자 김응문 일가의 현창비를 후손 김성황씨가 살펴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전남 무안에서 120여년 전 참수 당한 동학 접주 응문 김창구(1849∼94)의 머리 유골이, 국내 발굴 첫 동학 지도자의 유골로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후손들은 제128주년 동학농민혁명기념일(5월11일)을 앞두고 처음으로 공식 위령제를 열어 선조들의 한을 풀었다.

5일 무안군 몽탄면 다산리 차뫼마을에서 만난 후손 김성황(85) 전 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은 “이제서야 증조할아버지를 제대로 모실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가리킨 곳에는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김응문 김효문 김자문 김여정 현창비’라고 쓰인 기념석이 놓여 있었다.

전날 무안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무안 동학혁명유족회,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무안군 등은 김응문 일가가 살았던 차뫼마을 입구에 현창비를 세우고 위령제를 지냈다. 그동안 후손들이 제사는 지냈지만 자치단체, 관련 기관이 참여한 위령행사는 처음이었다.

‘나주 김씨’ 장손이었던 김응문은 10칸이 넘는 집에 사는 등 풍족한 양반 생활을 하다 1894년 4월 둘째 동생 효문, 막냇동생 자문과 큰아들 여정을 이끌고 동학혁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접주(동학의 지역 관리자)를 맡은 김응문은 집 뒤안에 대장간을 만들어 무기를 공급하고, 군사 훈련, 군자금 지원 등을 했다. 김응문 등은 같은 해 11월 나주 고막원 전투에 참여했다가 모두 일본군에 붙잡혔다. 12월8일 무안 관아에서 김응문과 자문, 여정은 침수당했고 나흘 뒤 효문도 뒤따랐다. 가계를 잇고자 나서지 않았던 셋째 윤문도 이때 끌려가 고문을 받고 이듬해 11월 후유증으로 숨졌다. 유족들을 김응문과 자문의 머리 유골만 간신히 수습해 무안읍 월구정의 야산에 애기묘를 몰래 만들어 안장했다. 또 효문은 무안 몽탄면 사천리, 여정은 무안읍에 묻었다.

1894년 일본군에 붙잡혀 참수 당한 전남 무안의 동학혁명접주 김응문의 머리 유골. 이장 과정에서 후손들이 발견했다. 김성황씨 제공
1894년 일본군에 붙잡혀 참수 당한 전남 무안의 동학혁명접주 김응문의 머리 유골. 이장 과정에서 후손들이 발견했다. 김성황씨 제공

후손들은 1996년 김응문과 부인 노씨를 합장하기 위해 월구정 애기묘를 파묘했고 옹기 항아리 안에 든 머리 유골을 발견했으나 다시 매장했다. 지난 2019년 동학혁명 국가기념일이 제정되면서 후손들은 김응문의 추모사업에 나섰고, 올해 합동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이장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감식을 통해 김응문의 유골이 맞다는 잠정 확인을 받았다.

동학 접주 김응문의 후손 김성황씨가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다산리 차뫼마을회관 앞에서 1996년 유족들 중심으로 세운 ‘동학혁명투사 현창비’를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동학 접주 김응문의 후손 김성황씨가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다산리 차뫼마을회관 앞에서 1996년 유족들 중심으로 세운 ‘동학혁명투사 현창비’를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조사연구부장은 “일가족이 동학에 참가한 사례도 드물지만 참수당한 동학군의 유골이 온전한 형태로 확인된 적은 처음이다. 최근 매장문화재법 개정으로 인골 연구도 가능해져 동학사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부족할 것 없었던 증조할아버지가 일가를 이끌고 혁명에 참여한 이유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으나 부정부패에 맞선 것으로 보인다. 흩어져 있는 선조들을 한곳으로 모셔 추모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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