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 취소 소송의 맞상대가 된다. 징계권을 행사했던 추미애 전 장관의 소송 당사자 지위를 이어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얄궂은 대면이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장관에 취임해도 “(해당 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한동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 징계 취소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는데 향후 이 소송을 진행하게 될 피고로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것인지 묻자, 한 후보자는 “제가 취임하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가운데 한동훈 후보자와 관련된 사안이 많아 ‘이해관계 충돌 여지’가 있어 소송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 바 있다. 이에 재판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한 후보자는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부당했다는 뜻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김 의원이 “‘검언유착’ 사건 관련해 윤석열 당선자와 후보자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징계 자체가 대단히 부당하다는 판단은 이미 사회적으로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법원 판결을 뒤집는 (취지) 이야기인가”라고 따지자, “(윤 대통령이) 판결에 항소해있지 않습니까”라고 맞받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원고로서 2020년 12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은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심준보)에 배당돼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1심이었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징계사유 4건 가운데 △<채널에이>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에이>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등 3가지 사유에 대해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한 상황이다.
특히 당시 재판부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자와의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수사 및 감찰 혹은 한동훈이 관련돼 있는 수사 및 감찰 절차에 개입하지 않거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 검찰사무 공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지만 “직연(근무연)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는 관계에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한겨레>가 ‘한 후보자가 관련 보고를 받지 않는 등 소송에 관여하지 않을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등을 묻자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취임 전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어제 (한 후보자) 말에 덧붙일 말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쪽은 ‘재판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소송 취하를 결심한다 해도 절차는 복잡하다. 윤 대통령이 1심 패소 뒤 항소를 포기한게 아니라 이미 항소심 단계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소송 상대방인 법무부의 동의를 얻어야만 소송을 포기할 수 있다. 이 경우 1심 판결까지 모두 무효화되고 애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결과적으로 추미애 전 장관의 징계가 그대로 유효하게 남게 되는 셈이다.
한편,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 3시30분까지 17시간 넘게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종료와 함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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