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서아무개(31)씨는 며칠 전부터 감자전 판매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감자전은 가게의 인기 메뉴지만, 최근 감자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박스(20㎏)에 5만원이었던 감자를 지금은 9만원이나 주고 샀어요. 더 오를지 걱정입니다.” 서씨는 감자 가격이 또 오르면 판매를 중단하거나 메뉴 가격을 소폭 올릴 생각이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9일 기준 가정집 식재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수미감자(20㎏) 도매가격은 7만7160원으로 한 달 전(5만4620원)과 비교해 41% 상승했다. 1년 전(2만7540원)과 비교하면 2.8배가량 올랐다. 평년 가격(약 5만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수미감자 100g당 소매가격도 9일 기준 608원으로 1개월 전(562원)보다 8%, 1년 전(399원)보다 52% 올랐다.
이는 햇감자가 공급되기 전에 수요를 감당할 저장감자가 지난해 이상기후 탓에 물량이 줄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보통 국내산 감자는 4~5월에 지난해 출하한 저장감자와 올해 새로 캔 햇감자가 교체된다. 햇감자가 본격 출하되기 전까지는 저장감자가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물량이 동이 난 상황이다. 지난해 가을 이상고온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김창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래 지금은 저장감자가 많이 남아 있어야 할 시기인데, 지난해 기후 영향으로 감자 품질이 안 좋아지면서 빨리 썩기 시작했다. 유통사들이 3∼4월 중에 출하했어야 할 저장감자 물량을 (썩기 전에) 미리 풀면서 지금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감자 물량이 동나더라도 주요 수입처인 북미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북미 지역도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수입산 감자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화물 운임까지 반영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송파구 한 서브웨이 매장에 붙어 있는 안내문. 서브웨이는 지난 4일부터 전 매장에서 웨지 포테이토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에서 ‘감자튀김 대란’이 벌어졌던 것도 북미산 감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였다. 현재는 대란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업체가 감자튀김 판매를 중단하는 등 수급 불균형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브웨이는 웨지 포테이토를 당분간 판매 중단하기로 했다. 서브웨이는 지난 4일 자사 누리집에 올린 공고문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감자 수확량 감소와 지속적인 물류대란으로 수급이 불안정해 웨지 포테이토 제품의 판매가 한시적으로 중단된다”고 밝혔다.
국내 감자 가격이 치솟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감트코인’(감자+비트코인·암호화폐 시세처럼 감자가격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란 말도 나온다. 일부 가게는 감자 메뉴를 없애거나 손해를 보고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반찬가게는 최근 감자조림을 매대에서 치웠다. 가게 주인은 “사람들이 주로 선호하는 반찬도 아니기도 했고, 최근 가격이 너무 올라서 메뉴를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찬가게는 “감자조림 가격을 올린 순 없고, 그렇다고 안 팔 수는 없으니 손해를 보더라도 그냥 팔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감자인지 황금알인지 모르겠다. 예전엔 못해도 5만원은 안 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11만원 받는 곳도 있다”고 했다.
김창수 연구원은 “5월 중순부터는 감자 공급이 늘기 때문에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다. 다만 전국의 감자 재배 면적이 줄고 있어 공급량 자체가 얼마나 늘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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