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9월 충남 서산시 인지면에서 열린 서산개척단 합동결혼식에서 125쌍이 강제 결혼하고 있다. 한겨레
박정희 정권서 1700여명의 청년·청소년이 강제로 서산간척사업에 투입된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가 인권침해라 판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정부가 서산개척단 사건의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기 진화위는 지난 10일 제32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집단수용 관련 인권침해 중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0년대 초 당시 박정희 정부가 사회정화정책의 목적으로 충남 서산지역에 개척단을 설립해 전국의 고아, 부랑인 등 무의무탁자 약 1700명을 경찰과 군인 등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포, 단속해 집단 이송 및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특히 개척지를 나눠주겠다는 말에 속아서 온 개척단원들에게 간척한 토지를 무상 배분한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진화위는 개척단 운영과정에서 수용자들에 대한 감금과 폭행, 강제노역, 강제결혼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개척단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토지 무상분배도 이뤄지지 않아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도 침해했다고 봤다. 진화위는 “국가에 대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강제수용과 강제노역, 폭력 및 사망, 강제결혼 등 중대한 인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 피해를 입은 신청인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국가가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아 신청인들이 토지분배에 대한 기대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 특별법 제정 등 조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근식 진화위 위원장은 “서산개척단 사건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집단수용사건 인권침해 사건 중 처음으로 진실을 밝힌 것”이라며 “당시 피해 입은 신청인들에게 명예회복과 국가가 이행하지 않아 무산된 토지분배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철 서산개척단 진상규명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피해 사실을) 인정해줘서 고맙다”라면서도 “정부 보상금이 나오면 감사히 받겠으나, 가슴 속 응어리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